[화제의 인물] ‘오! 난 토끼 아니오’ 창극, ‘젊은 스타’의 산실 될까… “창작 실험과 지역 순환 생태계 중요”
-지역 기반 예술 생태계… “기획력과 시스템이 열쇠”
-예술 인재의 지역 순환 구조, 이제는 정착이 과제
-“나는 토끼 아니오”… 본능적 자기부정의 현대적 해석
[투데이안]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이 열려야 진짜 스타가 나옵니다.”
30일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오! 난 토끼 아니오’ 마당창극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봉순 안무가는 ‘스타의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자질문에 창작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봉순 안무가는 이날 “스타란 단순히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무대에서 온전한 작품성과 열정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팬덤을 형성하며 성장하는 예술가”라며 “서울에서 진행한 적벽 공연에서도 무명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을 다한 결과 팬덤과 예술적 공감이 생겨났다. 전주에서도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연습을 진행 중인데, 이들 역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갈망과 변화의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전통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실험과 기획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예술적 성장과 대중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획력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김 안무가는 “좋은 작품이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개별 예술가뿐 아니라 문화재단 등도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부터 전주에서 스타가 실제로 탄생한 사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이번 공연에 참여 중인 세경 씨나 소장 같은 인물들이 이미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높고, 서울 진출 사례도 있다”며 “이러한 스타성은 결국 작품을 통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김 안무가는 젊은 소리꾼들과 뮤지컬 배우들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현대적 리듬, 장단에 대한 재해석, 디지털적 감각 등을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난 토끼 아니오’ 마당창극의 시작과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한 운영 측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지역의 명망 있는 예술인들이 참여해 상설 공연이 지역에 정착하는 기반이 됐다”며 “하지만 이후 지역 내 예술교육 기관들이 폐지되면서 젊은 예술인을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석대학교, 원광대학교 등에서 국악 전공 과정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도, 마당창극을 통해 정민영, 박현영 배우 등은 다시 지역 예술 기관에 정착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젊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서고, 다시 지역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의 상징인 ‘오! 난 토끼 아니오’ 제목 선택에 대한 질문에는 극의 한 장면에서 토끼가 자신이 토끼임을 부정하는 대사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존재의식과 본능적 자기부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정호붕 감독은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나는 토끼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겪는 자기 부정의 감정과도 닿아 있다”며 “그 본능적 거부를 극복하고 지혜로 위기를 넘어서는 과정이 이 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토끼가 의사중치’를 들고 돌아오는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극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