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영 작가의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일곱번째 이야기

2025-05-22     엄범희 기자

<일곱번째 이야기>중앙동에서 출판과 영화가 하나되다

[투데이안] 출판사에 들어서는 발길이 설렌다. 첫 출간을 할 때는 출판사가 서울에 있어서 교열작가나 디자인작가를 직접 마주하지 못하고 메일로 소통했다. 전문 작가들이 출판과정에서 협업을 해주니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즐겁게 작업을 했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직접 대면을 못하여 출판과정이나 출판사의 모습은 엿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출판은 전주에 있는 역사가 오래된 S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했다.

처음 편집장님을 만나 대략적인 출판 협의를 하고, 이번에 대표님을 만나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진행 일정을 짜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예전에는 출판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출판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글은 책으로 출간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최종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출판사와의 마지막 작업은 작가로서 설레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출판이 되지 않으면 폴더 속에 잠들어 있는 파일에 불과하고,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라도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제작이 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좋은 출판사를 만나는 것은 작가로서 큰 행운이자 기회이다.

종이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 요즘 MZ 세대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선호하고, 활자보다는 영상을 더 좋아한다. 출판산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퇴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종이책이 주는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첫 출간이 되어 배송된 책을 마주하였을 때의 감흥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책을 처음 만졌을 때 손끝에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는 막 구워진 따끈따끈한 빵을 집어 들었을 때의 촉감과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책을 들고 어머니에게 달려가 드렸을 때 깜짝 놀라워하시던 모습, 단숨에 책을 읽고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해줘서 고맙다고 칭찬해 주시던 모습, 출판기념회에서 단상에 모셔 책 전달식을 가졌을 때 눈물 글썽이던 모습들은 종이책이 아니었으면 느껴보지 못할 행복이었다.

3년 정도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해가 지나면서 글쓰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는 것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출간해 보고 싶은 열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에서 열리는 독서대전이 8년이 되어 간다. 해를 더 할수록 지역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다른 지역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독서 열풍에 힘입어 전주시립도서관에 등록된 독서동아리가 450여 개 정도나 된다. 그에 비해 글쓰기 동아리는 아직 활동이 미비하지만, 시민들의 관심도를 보면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이다.

이제 출판산업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여야 한다. 전주에는 전국에서 관광을 올 정도로 잘 조성된 도서관들이 있다. 매년 독서인들의 축제인 독서대전도 열리고 있다. 마지막 퍼즐인 출판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

출판문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혁신도시에 있으므로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여 출판산업을 선점해 가면 좋겠다.

결혼하고 처음 영화관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아내는 그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가끔 말하곤 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앞, 뒷좌석에 귀를 기울여봐도 사방이 깜깜하여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쳐다보는 순간,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리며 코를 고는 모습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한다.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남편이었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깨울 생각도 못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나왔다고 했다. 지금도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하여 놀려대곤 한다.

영화보다는 다큐에 관심이 많아 영화는 자주 보러 가지 않았다. 아내의 성화에 영화관에 가긴 하였지만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피곤함까지 겹쳐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물론 영화를 완전히 멀리한 것은 아니고 가끔 보기는 하였는데, 영화 한 편을 꼽으라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다.

뻔한 스토리의 연예 이야기이지만 공포나 폭력, SF 영화보다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달달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 대사로 아름답고 진행도 편안하여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다음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이다. 시리즈로 상영되어 다음 작품의 개봉을 기다릴 정도로 흥미롭게 봤다.

전주에는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가 있다. 벌써 26회이니 청장년이 된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로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 독립, 예술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도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 성황을 이루고 막을 내렸다. 오랜 세월 영화계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이렇게 훌륭한 영화제가 행사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리우드와 같은 영화의 본고장까지는 아니어도 영화제가 영화산업뿐 아니라 영상산업으로 이어져 전주가 영상문화의 메카가 되면 좋겠다.

활자 인쇄는 지식과 교육을 통한 인류 문명 발전에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출판을 통해 지식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는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가 되어 가고 있고, 영상이 의사전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글이 영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글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영상이 아무리 대세여도 시작은 글자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출판과 영화를 둘이 아닌 하나의 융복합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현대문화를 관통하는 줄기로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