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안 창사 15주년 기획 시리즈④] 동암차돌학교를 가다 ... 장애를 딛고 자립의 꿈 키우는 현장

2025-05-01     엄범희 기자

[투데이안] 지난 1987년, 전주 완산구 전동에 뿌리내린 사회복지법인 동암(東岩)은 그 이름처럼 굳건하게 장애인 복지의 길을 걸어왔다.

설립 당시 보건사회부의 인가(1987-667호)를 받아 같은 해 10월 전주지방법원에 등기된 이 법인은,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 복지체계가 본격적으로 정비되던 시기에 뜻깊은 출발을 알렸다.

법인을 설립한 양복규(楊福圭) 대표는 1938년생으로, 전북 지역 사회복지의 선구자로 꼽힌다.

양 대표는 장애인의 자립과 권익 신장을 위한 토대를 놓는 데 평생을 헌신해왔다.

법인의 주소지는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146번지. 소박한 동네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곳은 그러나 지역 장애인들에게는 삶의 중심이자 희망의 거점이다.

동암이 추구하는 설립 목적은 명확하다.

장애인복지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해, 장애인의 재활과 보호, 그리고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사회 통합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현재 동암 법인은 총 5개 복지시설을 운영 중이다.

▲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복지관 ▲동암재활원  ▲동암차돌학교 ▲동암자활자립장  ▲전북특별자치도 징애인작업장 등이다.

이 외에도 학교법인 산하의 동암고등학교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

투데이안은 창사 15주년을 맞아 동암재단을 6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 주

①동암재단 설립자 양복규 이사장 인터뷰 ②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 복지관 ③동암재활원, ④동암차돌학교, ⑤동암자활자립장, ⑥전북자치도장애인작업장 순

◆④동암차돌학교, 초ㆍ중ㆍ고ㆍ전문대학  30년 역사에 담긴 성장의 궤적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한켠,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동암차돌학교(교장 오태완)는 장애학생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특수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건강한 사람, 자활하는 사람,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인간상을 바탕으로, 오늘도 교직원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믿고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동암차돌학교는 1987년 사회복지법인 동암 설립을 시작으로, 1993년 ‘동암재활학교’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뗐다.

개교 당시 중·고등학교 12학급 규모였던 학교는 2004년 초등과정을 신설하며 교육의 외연을 넓혔다.

2017년 ‘동암차돌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뒤에는 전공과 과정까지 더해, 장애 학생들의 전 생애 교육을 책임지는 특수학교로 성장했다.

30여 년간 이어진 졸업식에서는 매년 수십 명의 학생이 세상 밖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2025년 2월, 제30회 졸업식과 함께 전공과 제4회 수료식을 거행하며 145명의 재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교육의 철학, ‘감사와 자립’ 중심에 두다

이 학교의 교육철학은 한 마디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서는 삶’이다.

삼강오륜 교육과 지혜·체력 교육, 봉사정신 함양이라는 3대 축 아래, 심신의 건강과 장애극복, 자립 의지를 동시에 키운다. 이를 위해 교직원들은 교훈 이상의 실천을 강조한다.

학교는 ‘학생 중심의 교육’, ‘쾌적한 환경 조성’, ‘교사의 교육 책임성’ 등 실질적인 학교상을 제시하고, 각 교사의 사명 또한 ‘사랑과 봉사의 실천’으로 규정한다.

그 덕분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 또한 두텁다.

◆세심하게 갖춰진 교직원 구성과 교육 인프라

현재 동암차돌학교에는 총 86명의 교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중 교원은

42명으로, 특수교육지도사, 교무실무사, 늘봄실무사, 돌봄전담사 등 다양한 교육 보조 인력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

학생 수는 총 145명. 초등 54명, 중등 38명, 고등 41명, 전공과 12명이며, 대부분 전주·완주 지역에 거주 중이다.

이 중 약 90%가 통학하고 있으며, 10명은 재택교육을 받고, 5명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장애 유형은 지적장애(46.6%)가 가장 많고, 뇌병변장애, 자폐성장애, 지체장애 등이 뒤를 잇는다.

학생들의 연령대도 7세 미만부터 23세 이상까지 다양하다.

◆장애극복을 위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

동암차돌학교의 교육 목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장애 극복을 중심으로 심신 단련, 자립 생활, 직업 기술 습득, 민주시민 의식 함양까지 전인적 발달을 겨냥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체계적이다. 학력 신장, 직업 기능 체득, 재활훈련 강화, 사회성 교육 등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설계되어 있다.

특히 전공과의 경우, 졸업 후 실질적인 사회 진출을 염두에 둔 직업 기술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

◆세심하게 갖춰진 교육 인프라

학교는 부지 16,889㎡에 건평 4,105㎡ 규모의 본관, 5,945㎡ 규모의 운동장, 그리고 기숙사 등 주요 교육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 교실 22개 외에도 상담실, 도서실, 의료지원실, 전환교육실, 전공과 실습실 등 다양한 특별교실을 갖췄다.

스마트 전자칠판(25대), 전산기기(89대), 과학·기술 실험도구 등 교구도 풍부하다. 이 외에도 물리·작업·언어 치료 등 재활훈련 기자재 83종과 직업교육용 기자재 40여 종이 구비되어 있다.

◆안전과 쾌적함을 갖춘 교육 환경

학교 시설의 전기 설비는 380V, 700kW 수전용량을 기반으로 하며, 교실 전체 전기바닥난방, 시스템 냉난방기 59대, 승강기 3기 등 주요 기계 설비가 구축되어 있다.

소방시설 역시 철저하다. 자동화재탐지기 3기, 옥내소화전 2개소, 간이스프링클러 1기, 소화기류 69개가 비치돼 있으며, 감지기와 유도등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인터넷 전화 48대와 방송설비 등 통신 시스템도 갖춰져 있으며, 학교 외부에는 조경수와 차량 5대가 운영 중이다.

◆장애를 넘는 교육, 희망을 키우는 사람들

기자는 학교 곳곳에서 마주친 교직원들의 눈빛에서, 아이들을 향한 신념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동암차돌학교는 단지 교육기관이 아니다. 장애라는 벽을 넘어, 자립이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사회이자 공동체다.

동암차돌학교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희망의 불씨를 밝혀가는 중이다.

오태완 교장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단단한 차돌처럼, 중증장애를 극복한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장애를 넘어서는 힘을 지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장애인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충분히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체장애를 지닌 이사장님의 뜻에 따라, 장애 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준 데 감사하며, 학생들 또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