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석 해설사, 은퇴자의 삶과 제주도 이야기[1]

2022-12-19     엄범희 기자
고백석 해설사=제주 철없는펜션 호스트, 자연환경해설사 고백석 해설사, (전)신흥고등학교 교사

[투데이안] 저는 어쩌다 보니 55세의 젊은(?) 나이에 고등학교 교사를 무모하게 명퇴했고, 결코 행복하지 못한 5년을 보냈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은퇴가 저의 마음에 남긴 커다란 구멍은 큰 아픔이 돼 급기야 우울증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은퇴 후 힘들게 보낸 5년은 지금도 저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라는 낯선 땅으로 이주해 고백석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펜션까지 운영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저의 능력 이상 다양한 활동을 하며 건강한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다양한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은퇴를 하게 되지요.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할까요?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화 인턴에 나오는 대사처럼 은퇴는 은퇴 후 끊임없이 창의적인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새로운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펜션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비자림, 다랑쉬오름 등을 해설해드리는 것을 계기로 환경부 공인 자연환경해설사의 자격증도 받았습니다.

제주도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해설을 해 드리는 일은 저의 전직이 교사였다는 점으로 볼 때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급기야 본업이 자연환경해설사이고 부업으로 펜션을 하고 있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돈은 펜션에서 벌지만, 펜션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는 해설사의 일에서 얻습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로 외국 사람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펜션을 찾는 외국인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나아가서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제주도를 바로 알리는 영어해설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전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학생들 가르쳤던 일 다음으로 가장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습니다.

나이 66세의 나이에 자정까지 공부한다면 믿어지십니까? 그 공부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면, 새벽 5시에 불을 밝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또 다른 목표가 생겼습니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은퇴 후 사회에 이바지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유튜버가 됐습니다. 미드박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습니다. 종일 유튜브에 올릴 영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며 공부는 덤으로 합니다.

아무튼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젯밤에 저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지금 유튜브와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긴긴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은퇴하신 여러분은 오늘 밤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시는지요? 은퇴까지 많이 남은 분은 10년 후, 20년 후 어떤 모습으로 그날 밤을 보내게 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