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촉진문제, 그들에겐 있었다.

2009-10-06     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
쌀 정책에 기어코 빨간불이 켜진 것 같다. 수확기 쌀값의 가파른 하락세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산지쌀값 급락에 대한 수급안정대책을 찾고자 팔 걷고 나섰지만 뿔난 농심을 달래 줄 속 시원한 처방을 섣불리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소비자 쌀값과 직결 된 전북 등 주산지를 중심으로 조곡(벼)값이 20%이상 육박 할 만큼 급격하게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애기다.

요인은 무엇인가? 연이은 대풍작에 따른 공급량 증가, 새 정부 들어 중단 된 쌀 대북지원, 쌀시장 개방에 따른 의무수입물량(MMA)의 증가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20만톤 이상 늘려 수매해야하는 부담 등 정책적 측면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인 만큼 논외(論外)로 친다면 역시 버금가는 주요인중의 하나는 급격한 쌀 소비 감소추세를 들 수 있겠다.

사실인즉,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 지금처럼 드높은 때가 있었을까? 필자의 기억엔 없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말 기준 우리 연간 쌀 소비량은 75.8kg, 이를테면 밥 한공기가 112g정도라 하니 대략 한 홉의 쌀만 가지면 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쌀 소비의 현주소라는 애기다.

따라서 신곡의 수확이 시작된 10월 현재, 정부 비축미가 92만톤 정도이니 세계식량기구(FAO)에서 권장하는 쌀의 적정한 보유물량인 72만톤(연간 소비량의 17%정도)을 감안하고라도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시장으로 유통되지 못하고 창고에서 잠들어 있는 20만톤 이상의 남아도는 쌀의 처리문제가 심각한 국정과제로 대두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쌀 소비촉진의 문제는 이제 쌀 농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돼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면의 한계 상 과잉재고 쌀과 쌀값 하락요인에 대한 양정(糧政)측면의 문제는 논외로 친다 한다고 하드래도 결국 문제해결의 한축이라 할 수 있는 쌀 소비촉진의 문제는 지금 당장 소비자인 국민주체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우리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2년전 쯤으로 기억한다. 현직 모 여성의원의 뻔드러운 표절로 법정에서 밝혀져 화제를 모았던 “일본은 없다”라는 이웃나라 비판서가 당시 공전(空前)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을 때 만 해도 반일 민족감정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그들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은 전혀 없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꼴답잖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쌀 소비촉진 문제에서 만큼은 오히려 표절은 없었고 일본은 있었다.

지금 일본열도에 지속적으로 불고 있는 쌀 소비촉진 열풍(熱風)의 실체는 본질적으로 우리와 다르다. 계몽의 대상이 젊은 세대와 학생층이라는 사실은 유사하나 식육(食育)과 소비촉진운동을 하나로 묶어 소위 지산지소(地産地消 : 한국의 신토불이와 비슷, 그 지역에서 나는 것을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라는 범국가적이고 자율적인 의식 개혁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 민간 소비단체, 언론 방송사등도 쌀 소비촉진에 자기 일처럼 나서 학생들의 식육(食育)을 위한 총체적 지원을 하고 있다 . 일례로 고시히카리 쌀 등 제일 좋은 쌀은 최우선적으로 학교급식으로 제공된다. 학교급식용 쌀을 미리 책정된 단가에 맞추어 쌀 납품을 강요하고 더욱이 학부모들이 정작 쌀의 품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중국산 수입쌀 까지 쓰는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정녕, 우리에건 일본을 능가하는 쌀 소비촉진의 희망불씨는 없는가? 있다. 일례로 충남 홍성의 문당리 농사꾼들은 학교급식을 위한 마을 공동기금을 자발적으로 마련하고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한가마 26만원짜리 유기농쌀을 무상으로 자녀들 학교급식에 제공하고 있다. 그뿐인가? 농진청은 우리 쌀밥중심의 식사 가 가장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소비자 식생활 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본처럼 식육(食育)차원의 바람직한 쌀 소비촉진책을 제시해주고 있는 등 쌀 소비촉진 계몽을 위한 작은 희망의 불씨들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쌀 소비촉진의 문제는 지금 당장 소비자인 국민주체의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우리 자신의 문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알맹이가 빠져 있는 일회적이고 보여 주기식의 소비촉진운동은 안 된다. 일본은 없을 것 같지만 적어도 쌀 문제를 풀어나가는 핵심인 식육(食育)시스템은 한 수 배워 볼 만하지 않는가? /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 지점장(starion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