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거석 교육감, 학생중심 미래교육은 '지자체간 협치부터'
[투데이안] 임기 시작 한달이 지난 제 19대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당선후 첫 단초로 감관영 전북도지사와 소통과 협치의 전북교육시대를 펼치기로 약속했다.
과거 꽉 막힌 불통과 전국 최하위권 학력 등 가려진 전북교육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비전으로 열린 학생중심 미래교육의 첫발로 해석된다.
소통과 협치의 중심은 학생중심 미래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와 함께 각 지자체와 ‘교육협력 공공회의’ 체제를 만들어 학생중심 미래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상생 협치의 새로운 시대로 나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해 기초학력뿐 아니라 영어, 수학 등 기본학력도 끌어올려 전북교육의 옛 명성을 공교육으로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교육의 울타리에서 세계적인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철학이기도 한 서거석 교육감을 만나 전북교육의 미래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제19대 전북교육감 당선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주십시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취임하기까지의 시간과 과정들은 전북교육의 정책과 행정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눈으로 보고 겸손하게 귀 기울이는 기회였습니다.
전북교육 발전의 막중한 책임을 맡겨주신 도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첫 행보로 전북도와 도교육청간 교육협력 협약을 맺은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전북교육, 소통과 협치의 전북교육, 도민들께 기쁨과 희망이 되는 전북교육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육은 교육청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협치를 해야 합니다. 지자체와 나아가서는 대학도 함께 소통과 협력을 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자체와의 협치를 위해 ‘교육협력 공공회의’ 체제를 만들겠습니다. 이미 전북교육청과 전라북도청은 함께 손을 잡고 교육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라북도, 지역대학들이 소통과 협력을 통한 교육 발전을 하기로 합의하고 교육협력 추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과의 상시 협력체제도 구축하겠습니다.
먹거리, 안전, 폐교활용, 평생교육, 방과후 학교, 돌봄, 마을교육공동체 등 지자체, 유관기관, 대학과도 협력해 해결해 나가야 하는 교육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시설을 지역주민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협력한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의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학생 중심’이란 교육의 중심에 낡은 이념이 아니라 항상 학생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도 학생을 중심에 두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가 유익을 가져다주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미래교육은 2030년 이후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을 위해 미래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입니다.
창의력, 소통능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미래교육입니다. 기초학력·기본학력의 토대를 튼튼히 하고 그 위에 미래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쌓아야 합니다.
앞으로 전북교육은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학생 기초학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먼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겠습니다. 진단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학력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취약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지도하겠습니다.
기초학력 부진의 원인은 심리, 정서, 건강 등 다양하므로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보다 많이 확충하고 상담교사도 더 배치해 심리・정서적 문제까지 지원하겠습니다. 방과 후에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활용해 지역과 함께 기초학력을 지도하겠습니다.
기초학력뿐 아니라 기본학력도 끌어올리겠습니다. 지역교육지원청에 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해 학교별로 겪고 있는 학력지원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분석해 맞춤형 학력 지원을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 학생들이 취약한 영어·수학 과목을 중점 지원하겠습니다. AI 튜터를 활용한 맞춤형 영어・수학 프로그램, EBS의 유료 강의도 무료로 제공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북교육의 가장 큰 현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두 가지 사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2030년 이후를 살아갈 미래인재를 키우는 미래교육체제로 시급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스마트 교실을 만들고,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강화해 학생 맞춤형 수업으로 전환하고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해 AI 기반의 맞춤형 수업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농산어촌의 아주 작은 학교 문제, 도심 아파트 밀집지역 학교 신설 문제 또한 중요합니다.
아주 작은 학교 문제는 교육주체들의 합의를 통해서 통합하도록 하고, 아파트 밀집 지역에는 수요에 맞게 학교를 신설하겠습니다. 학교 통폐합과 신설 문제는 비단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 해결을 필요로 하는 사안입니다.
협치,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꼼꼼하게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교사의 교권이 흔들리고 수업이 흔들리고 학생지도가 흔들리면 교육이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먼저 학생인권센터를 교권까지 보호하는 전북교육인권센터로 확대 개편하겠습니다. 교육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권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내 인권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겠습니다.
교사들의 교육활동 침해 예방을 위해 현장 사례 중심의 교권보호연수와 인권연수도 내실화하겠습니다.
교권침해가 없어야 하겠지만, 발생 시에는 신속하게 대처하고 법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는 소송비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맞춤형으로 치유를 지원하는 교원치유센터 기능도 강화하려고 합니다. 전북교육인권센터 내에 학교 구성원을 위한 치유센터를 운영하겠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면 학생인권침해나 교권 침해사례가 줄어듭니다.
소통을 통해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모두의 인권이 보호되는 인권친화적인 학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공동체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폭력, 왕따 등에 대한 복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학교에서의 폭력 문제는 법이 아니라 지극히 교육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때 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 간에 발생하는 폭력 문제는 처벌이 주목적이 돼서는 안됩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역시 학생의 교육적 성장이 목적이 돼야 합니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어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법률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합니다. 사전예방 뿐만 아니라 사안처리, 사후관리하는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온라인 유해 콘텐츠 필터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학교폭력 유형별 전문강사를 양성해 사례별, 체험 중심의 예방교육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경우 민원 해결과 지원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등 초기대응을 강화하겠습니다. 동시에 법률지원단도 실질적으로 운영하겠습니다.
피·가해자 회복 조정, 민원 해결 등을 위한 방안으로 문화, 예술 등 선택형 치유 프로그램도 마련하겠습니다.
특히 학교폭력 때문에 부적응을 겪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들의 치유·회복을 위해 ‘학생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하겠습니다."
◆평소 교육철학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1년 뒤 만난 담임 선생님은 제 사정을 안타까워하시며 물심양면 저를 보살펴주셨습니다.
평생의 스승을 만나고 차별 없는 교육에 대한 비전이 생겼습니다.
공교육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가 돼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기초·기본학력만큼은 학교가 제대로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저의 생각에서 모든 교육정책의 중심에 학생을 놓아야 한다는 신념이 나온 것입니다.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그래서 다문화학생 지원과 특수학교 신설 및 증설과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학교나 적정규모 학교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학교폭력에서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의 교육적 회복을 지원해야 하고, 학교 밖 청소년도 보살펴야 합니다.
돌봄과 방과후학교에는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제도 보완 및 확대가 필요하고 유치원 무상교육 기반도 조성하겠습니다.
에듀페이 지급으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찾아가는 따뜻한 밥상을 지원해서 위로와 용기를 드리겠습니다.
차별 없는 교육, 균형 잡힌 교육으로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최근 관사 매각을 결정했는데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관사는 그동안 ‘권위주의의 상징’이다, ‘관선시대의 유물’이다, ‘예산 낭비’다, 등 여러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관리비 등 운영비에 교육청 예산이 투입됩니다.
관사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이것을 개선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해서 매각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매각대금은 학생 복지나 미래교육 정책에 교육적으로 활용해 교육가족과 도민에게 전북교육 행정혁신에 대한 저의 진정성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학생 의회 신설의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학생은 교육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주체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의 모든 영역에 학생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교육청에서 정책을 만들 때 학생대표도 참여해 정책을 제안하고 검토하고 심의해야 합니다. 학생의회 설립의 주체 또한 교육청이 아니라 학생이 돼야 합니다.
학생들이 자치 역량을 키워야 민주시민으로 성장 가능합니다. 이미 학생이 중심이 된 학생의회 준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방향과 대상 등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학생참여위원회는 전북학생의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확대할 것입니다.
또 교육감과 정기 간담회를 실시해 학생이 제안한 정책이나 현안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교육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할 것입니다."
◆전라중 부지에 미래교육 캠퍼스 공약과 맞물려 전주교육청 이전을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전주교육지원청을 전라중학교 부지로 이전하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라중이 포함된 전주 덕진권역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부지입니다.
내년부터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는 전통문화 메타버스 단지와 디지털 문화콘텐츠 전시관도 조성됩니다.
이렇게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호환되는 미래교육 플랫폼으로써 미래교육 캠퍼스가 들어선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미래교육 캠퍼스에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로봇체험관 등이 들어서고 대학과 연계한 다양한 커리큘럼의 미래캠프(자율주행, 우주, 항공, 인문학, 예술)가 운영돼 전주시를 넘어 전북 전 지역 학생들의 공유캠퍼스가 들어설 것입니다.
전북에서 미래교육 허브로 활용할 수 있는 적지가 바로 전라중 부지입니다.
현재 전주교육지원청 건물이 낡고 주차장이 협소해서 많은 불편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전라중 부지에 지원청과 부속센터를 신축이전하는 것은 교육계와 지역사회의 논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행정편의적인 사고입니다."
◆‘결식아동을 위한 엄마의 밥상’은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 교육에 접목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학생 중심의 교육을 놓고 보면 경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치단체에서 추진한 사업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여겨지면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고 기초적인 학생 복지라고 판단했습니다.
학생을 위한 전북교육을 기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자치단체에서 수행해온 복지사업이 교육청 정책과 접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교육의 변화를 기대하는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교육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바꿉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전북의 미래를 위해 변화와 혁신, 소통과 협력으로 공교육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학생중심, 미래교육’ 전북교육 대전환에 전북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출생지
▶서거석(徐巨錫/1954년 6월 7일생)
▶전라북도 전주시
◇학 력
▶ 전주초등학교 졸▶ 전주신흥중학교 졸▶ 전주고등학교 졸▶전북대학교 법학과 졸▶ 충남대 대학원 법학박사 ▶일본 주오대학 대학원 법학박사
◇경 력
▶전북대학교 제15대, 16대 총장▶제19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국 국·사립 대학총장협의회) 회장▶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한국소년법학회 회장
◇사회활동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현)▶국가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현)▶더불어 혁신교육포럼 이사장(전)▶전북발전협의회 의장(전)▶ 초록우산 전북후원회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