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다
주류가 가지 않는 곳에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다.
경기 침체로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선 진학 후 취업’의 공식을 깨고 사회에 먼저 당찬 도전장을 내민 새내기 직장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싱그러운 봄처럼 인생의 봄을 만끽하고 있는 스무 살 두 젊은이의 설렘 가득한 꿈과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남들보다 일찍 공직에 입문했으니까 그만큼 전문성을 키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대하세요!”
스무 살, 수줍지만 다부지게 소감을 밝히는 홍푸름 주무관은 어엿한 익산시 9급 공무원이다.
간호사가 꿈이었던 홍 주무관은 한국한방고등학교 보건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전라북도에서 첫 시행한 제1회 특성화고 고교졸업자 경력경쟁 임용시험을 통해 공직에 발을 들이게 됐다.
총 16명 선발에 155명이 접수한 이 시험에서 홍 주무관은 10대 1(보건직 5.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지난 2월 8일부터 익산시 보건소 보건지원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공무원 시험 공지를 본 순간 생각이 달라졌어요.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세 남매를 길러주신 어머니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1, 2학년 동안 전문교과 수업을 통해 시험과목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왔던 홍 주무관은 학기 초 우연히 접한 시험 공고를 보고 본격적으로 공무원 준비를 시작, 평일과 주말에 학교 도서관과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필기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시험 과목인 생물과 공중보건, 환경보건 등은 단어도 내용도 생소한 탓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쪽잠을 자가며 동영상 강의를 듣고, 모르는 것은 교사에게 물어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작은 수첩에 배운 내용을 깨알같이 적어두고 보고 읽기를 거듭한 ‘반복학습’도 최종 합격의 열쇠가 됐다.
시험 준비와 함께 홍 주무관은 간호조무사 자격증과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을 취득해 예비사회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여느 스무 살이었다면 지금쯤 한창 대학 신입생으로 설레는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테지만 그녀는 익산시 보건소에서 주간업무와 전산․홈페이지 관리, 집중 수업, 출장관리, 초과근무관리를 책임지는 일반서무 업무를 맡고 있다.
같이 일하는 보건지원과 박미숙 주무관에게 아직 어려서 업무가 서투르지 않은지 넌지시 묻자 “전혀요~ 청출어람입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아들어요. 제가 감탄해요. 이번 주만 업무를 알려주면 다음 주면 거의 혼자 업무를 볼 수 있을 거에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임용돼 받는 뜨거운 관심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매일이 기억에 남는다는 홍푸름 주무관.
그녀는 “무조건 대학만이 성공하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이 대학이든 취업이든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라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 일찍 시작한 만큼 분야에서 최고되고 싶어
올해 이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입사한 임봉준 씨도 스무 살 풋풋한 새내기 직장인이다.
지난 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기업 최대 규모인 200명 가까운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했을 당시 당당히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대학진학을 염두하고 내신관리에 몰두했던 임 씨는 고교에서 전공한 전기자동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취업준비에 나서게 됐다.
이후 이리공업고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운영하는 ‘공개채용 반’을 통해 자기소개서작성과 인적성, 직무능력시험에 대비한 훈련들을 받았다.
이렇게 준비 한 끝에 1학기 두 곳 공개채용 서류전형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최종면접에선 고배를 마셨다. 이유는 ‘면접 공포’ 때문이었다.
“내신 관리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서류 전형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면접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도 떨어서 면접관님이 대신 대답해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임 씨는 탈락의 기억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지난해 말 치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면접시험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주말과 휴일마다 친구들과 토론주제를 나누는 모의 면접에 참여하는가 하면 임원 면접에 대비해 거울을 보면서도 연습을 거듭했다. 결과는 합격!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 1월 21일 첫 출근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본부 임대자산관리부에서 일하고 있는 임봉준 씨는 본격적인 업무에 앞서 현장 견학 등 다양한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규직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졸사원과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받고 휴직 후 군복무도 가능하며 호봉도 인정받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임 씨는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따고 군대에 다녀와서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또, 제 분야에서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사원이 되도록 청렴하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며 당찬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