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완산주(完山州)에 대하여
[투데이안]전주시는 지난해 1월 ‘관광거점도시’로 지정이 된 후 ‘전주시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2024년까지 국비 500억원을 포함한 총 13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한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한(韓)문화 관광거점도시, 전주’를 목표로 오는 2024년까지 독보적인 한국관광 관광콘텐츠 개발과 관광환경 매력증진,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한 10대 핵심 사업과 20개 전략사업, 7개 연계사업 등 37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한옥마을 리브랜딩을 위해 한옥마을 100가지 체험콘텐츠 육성, 국내 유일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 등이 추진되며 전략사업으로는 전주관광의 외연확장을 위해 덕진뮤지엄밸리 연계 확장, 전통정원과 생태체험, 예술마을 연계 아트 투어 구축 등이다.
필자는 좀더 혁신적인 관광 브랜딩 전략을 주문한다. 전주를 한국정신문화 근거가 되는 민족 본향의 도시로 스토리하고 이를 관광자원하려는 거대한 디자인을 주문한다.
후백제(완산백제) 37년 역사 복원과 1500년간 하나였던 완산주로의 정체성 회복이다.
흥미롭다.
전주의 어원부터 돌아보자. 전주는 본래 백제의 완산(完山)으로 555년(백제 위덕왕)에 현재의 완주까지 포함해 완산주(完山州)라 했다.
백제가 신라에게 망한 뒤로 757년(경덕왕) 전주로 개칭한다.
견훤대왕은 국호를 백제라 하고 900년에 완산주를 도읍지로 정하여 후삼국중 최강의 국가로 경영했다.
이후 두 지명이 번갈아 불려져 왔다.
그러다가 1935년 일제 때 전주군이 분리되어 전주부(시)와 완주군으로 개칭됐다.
이후 경제적, 역사적 명성이 뒷걸음질 쳐 왔다. 전라북도도 비례해 후퇴했다.
좁아진 전주는 정체성에도 혼돈을 갖게 된다.
일제는 대한제국의 3대도시 그 찬연한 이름 완산을 완산동으로 전락시켰다.
마찬가지로 조선 최고의 곡창이자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고부군을 해체시키고 고부면으로 전락시켰었다.
전주시 산하로 완산구라 지명하니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
완산이라는 높고 넓은 의미를 살린다는 것이 오히려 작은 이미지로 족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 거점도시는 ‘완산주’라는 거대한 브랜드부터 제 자리에 놓고 시작해야 한다.
비록 전주.완주가 행정통합에 거듭 실패했을지언정 1500년 역사의 정통성은 회복시켜야 한다.
필자는 변혁과 창조의 땅, 완산주에 있었던 역사적· 정신사적 세 가지 사건을 주목한다.
그 위대한 정신들을 연결해 전주시를 ‘한국정신문화의 본향’으로 제자리에 세우길 바란다.
‘전라’(전주와 나주라는 소극적 의미)라는 변방의 전주시가 아니라 ‘호남’(금강유역이남, 백제의 땅)이라는 역사의 중심에서 완산주를 기억해 내자.
태조 이성계는 부덕한 고려를 무너뜨리고 역성(易姓)혁명을 완성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다”라는 민본(民本)사상을 정립했다.
1392년 역성혁명의 기치를 든 곳이 전주 이씨 조상들의 땅이다.
1589년, 원통하고 불행했지만 한국정신사에 거대한 정신이 이곳에서 선포됐다.
바로 ‘대동정신’이다. 조선은 중기로 들어서며 성리학이라는 유교 원리주의와 사색당파에 빠지고 임금도 제 명대로 못사는 위태로운 나라이었다.
이러한 땅에 불꽃같은 양심이 있었다. 바로 정여립의 외침이다.
“천하는 공물인데, 어디 일정한 주인이 있는가?” 이는 정여립이 낙향하여 외친 말이다. 정여립은 계급의 상하를 불문하고 이 지역의 평민과 하층민들을 모아 대동계를 조직했다.
‘대동’이란 곧 큰 도가 행해져 천하가 공평해진다는 의미이다.
그가 이상사회를 꿈꾸었으니 역성혁명의 실천자인 태조 이성계와 상통한다.
그리고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전봉준이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상생의 세상, 백성이 주인 되는 자주정신,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정신에 기반 한다.
이는 앞서의 정여립의 대동정신과도 상통한다.
조선개막의 서곡 역성혁명(왕조)과 조선폐막의 몸부림 동학혁명(농민)은 그 주체가 상이함으로 인해 연결이 어렵지만 조선중기에 대동정신이 있기에 정신의 흐름에 물꼬가 트인다.
전주시는 ‘정여립로’를 지명하고 정여립 대동정신 홍보, 정여립의 생질손녀의 러브스토리 뮤지컬 홍도1589 (전북예술회관 상시공연)등으로 관광객과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필자는 이성계와 정여립과 전봉준 세 분의 동상을 풍남문과 덕진공원 중앙에 설립하길 제안한다.
이성계는 하늘을 가리키고 정여립은 왕과 전봉준 쪽을 그리고 죽창을 든 전봉준의 한 손은 하늘을 향한다든가 셋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면 좋겠다.
이러한 상징으로 민족의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완성되어지고 빛깔이 더욱 찬연해 진다. 전주(완산주)는 변혁과 창조의 땅이고 한국정신문화의 본향이다.
또한 인봉리 일대에 드러난 후백제 궁성과 왕릉을 발굴해 복원해 국가의 거대하고 신비로운 문화자산으로 등록시켜야한다.
그리고 견훤대왕의 기치를 기억하고 자랑으로 내세워야 한다.
전주와 완주 사람들은 원래는 하나이었다는 자긍심을 가져야한다.
‘전라’(전주와 나주라는 소극적 의미)라는 변방의 전주시가 아니라 ‘호남’(금강유역이남, 백제의 땅)이라는 역사의 중심에서 완전한 완산주 땅을 기억해 내자. 어서 완주와 전주가 완전한 천년도시로 통합되길 소원한다.
/한봉수 본지 고문, 문학평론가, 전북과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