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에 대한 잘못된 편견
(사)농협 쌀연구포럼 대표
'우리 쌀은 국제경쟁력이 없다'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보다 규모가 150배가 큰 미국의 쌀 농가는 경쟁력이 있을까? 미국 등 OECD 대부분 국가들은 막대한 정부보조금 쏟아 부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한다. 미국의 쌀 재배 농가는 호당 1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으며 정부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미국에서는 쌀을 생산할 수 없다. 미국 쌀이 우리 쌀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4~5배 싼 가격이 아니라 150배가 싸야한다. 농가당 1억5천만원이 넘는 엄청난 보조금으로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쌀이 과연 경쟁력이 있는 쌀일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쌀은 다름아닌 미국쌀이다. 중국 쌀은 어떨까? 중국 동북삼성에서 생산하는 일부가 우리가 먹고 있는 쌀과 비슷하나 일조량 부족과 냉해로 인하여 밥맛이 좋은 중만생종은 재배하지 못하고 밥맛이 떨어지는 극조생종을 재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쌀 경쟁력을 얻으려면 규모화 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 쌀 농가의 63%가 1㏊이하의 초영세적인 경지면적을 갖고 있다. 농림부에서는 7㏊규모의 전업농으로 우리나라 쌀 농가의 50%이상을 육성한다고 한다. 이것은 수치상의 허구이고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한 얘기다. 우리나라 총 논 면적이 줄잡아 100만㏊이다. 산비탈 다락논, 규모화 할 수 없는 작은 논배미를 제하고 나면 전체의30~40%가 넘지 않는다. 이것을 40만㏊로 잡고, 7㏊로 규모화 하면 57천 농가가 된다. 정부의 계획에 의한 7만호와 근사한 수치다. 지금 현재 쌀생산 농가가 대략 100만호인 데 나머지 93만의 농가는 어쩌란 말인가?
7㏊규모의 논을 구입하려면 5억원 이상의 자본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농사에 필요한 대형농기계 구입비 등을 합하면 최소 6~7억원이 있어야 하는 데 이런 거액의 자본을 쌀농사에 투자할 사람들이 있겠는가? 이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가 얘기 한대로 7㏊규모로 육성한 농가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가장 첨단농법으로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쌀을 생산하는 우리보다 150배 규모가 큰 농가평균 150㏊의 농사를 짓고 있는 미국의 쌀 농가도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당 50만원 농가당 9천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정부의 규모화에 의한 경쟁력 향상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되새겨 볼 일이다.
쌀 과잉 재고로 인한 막대한 재정부담 더 이상 감당 할 수 없을까?
쌀 과잉 재고에 따른 재정부담에 대해서는 쌀 문제만 나오면 경제관료와 언론에서 들고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쌀 재고는 1,000만석이 되지 않는다. 쌀1000만석에 대한 보관·관리비와 금융비용은 연간 450억원 정도인데 이에 따른 재정부담은 분명 있다. 그러나 경제규모나 재정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1980년에도 1,038만석의 쌀 재고가 있었고 1990년에는 무려 1,494만석의 재고가 있었다.
쌀 과잉 재고에 대한 재정부담 운운은 쌀 개방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몰이 방편으로 정부의 재정관료 심지어는 농림부와 언론들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인용하였던 정말 잘못된 내용이다. 항차 쌀 재고 관리비는 농촌지역에 산재한 농협과 개인 창고주에 대한 경기부양과 재투자 역할을 하므로 재정부담이라기 보다는 통상적인 재정지원과 경제현상으로 봐야 한다.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외국자본이 몇 년만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남기 돌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정부가 쌀소득 보전해주면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이 유지된다. 정말 그럴까?
정부는 쌀 소득 보전을 위하여 ㏊당 60만원의 고정직불제와 170,070원의 85%까지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쌀값 안정을 장담하였다.그러면서 추곡수매제를 없애 버리고 쌀값을 시가로 매입하는 공공비축제를 시행하였다. 이렇다 보니 2005년산 이래 쌀값이 무려 30%까지 폭락하였다. 쌀값 안정은 커녕 농업인들의 소득은 떨어지고, 막대한 재정부담까지 안기게 되었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쌀소득보전 대책은 우리보다 150배 규모가 큰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여 도입하였다. 미국의 경우 ㏊당 정부보조금이 100만원 이상이다. 보조금 수령 후 쌀농가 소득이 6천만원 정부보조금이 없을 경우 농가당 9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하여 쌀을 생산할 수 없다.
우리보다 150배 규모가 큰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우리의 쌀농가에 적용하고 있니 농가 평균 1㏊정도이니 지원금 또한 미국의 1/150이다. 고정직불금은 농가당 60만원 꼴이고, 정부에서는 후하게 인심쓴 양 10만원 인상하니 감지덕지 해야하나 미국에 비하면 코끼리의 비스켓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쌀은 일본 ,미국캘리포니아산에 비하여 미질이 떨어진다. 우리쌀이 경쟁력을 얻으려면 친환경 고품질쌀 생산을 해야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 나라 쌀은 최근 4~5년 사이에 미질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재배농가에서 밥맛이 좋은 품종을 1개 군내에 2~3개 품종으로 단일화 계열화하여 질소질 시비 감소로 단백질 함량을 최소화하고, 계약재배 후 산물수매·건조와 RPC 시설을 현대화 시키고 유통을 체계화 하여 바로 찧은 신선한 쌀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생산·유통되고 있는 쌀은 밥맛이 뛰어나다. 이 중에서 매년 농림부와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가 선정한 12대 우수브랜드 쌀과 농촌진흥청에서 생산하는 탑라이스 등은 『세계최고 밥맛을 자랑』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찰지고 기름진 중단립종(자포니카 계통)의 쌀 생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은 하지의 일장이 14시간 30분 전후로 벼의 생육이 양호하고 또한 등숙기의 평균온도가 22℃ 정도이며, 주야간 온도 교차가 9℃ 정도가 되어 쌀의 여뭄이 좋아야 하는데 이는 위도 상으로 북위 34~38°에 위치하여 우리나라 남한 전역은 이 지대에 속해 있고, 일본의 니가타 현 등의 중부지역, 중국의 산동성과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이 지대에 속한다.
그러나 일본의 니가타 현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은 고품질 쌀 생산 가능 지대에 속하나 우리나라에 비해 강수량이 많고 치명적인 대형 태풍이 4배 이상 발생하여 매년 극심한 도복 피해와 병충해 만연 등으로 최고 품질의 쌀 생산에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중국 산동성 일대는 황사 및 물 오염지대로 관개수가 부족하여 쌀 생산을 거의 하지 않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대면적의 조방적 농업으로 최고 품질 쌀 생산을 위한 집약적 품질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 지역에도 자포니카 쌀이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는데 이 지역은 북위 42~43°로 여름이 짧고 하지의 일장이 15시간 내외로 밥맛이 좋지 않은 극조생이나 조생종 위주의 저급쌀 밖에 생산할 수 없는 조건인데도 이 지역의 쌀 농가는 소득을 위하여 증산에 노력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 쌀 품질 저하, 재고 문제 등으로 최대한 억제를 유도하는 등 일본 농정의 최대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쌀 시장 개방에 따라 수출이 예상되는 중국의 동북 3성(요령성, 흑룡강성, 길림성)도 대규모로 자포니카쌀을 생산하고는 있으나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와 마찬가지로 밥맛이 좋지 않은 극조생이나 조생종 위주의 벼 밖에 생산할 수 없으며 또한 냉해 등 재해가 빈번하여 고품질 쌀 생산에는 맞지 않은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보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년도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한 16개 ‘탑라이스’ 단지에서의 최고쌀 생산을 통해 입증한 바와 같이 전국 어디서나 세계 최고 품질의 쌀 생산이 가능하며 그 양은 전체의 20~30%규모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인용 보도하지 않고 '미국 캘리포니아 쌀이 밥맛이 좋다','일본쌀이 최고다', '중국 동북삼성 쌀이 제일이다'심지어는 '태국쌀이 최고다! 왜 가장 수출이 많이 되기 때문에 밥맛이 좋을 것이다'라는 황당한 말들이 나돌고 있다. 오히려 온갖 비용과 정성으로 고품질을 장려한 정부에서 생산한 만큼 팔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에는 뒷전이니 친환경쌀이 일반쌀과 같이 공공비축으로 수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 쌀 재배 농민은 정부의 지나친 보호를 받고 있다. 사실일까?
2005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대한 반대시위를 1,000여명의 한국농업인들이 홍콩까지 건너가 격렬하게 벌인바 있다. 당시 홍콩의 언론에서는 의아해 하면서 한국의 농업현실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하였다. 쌀 가격이 국제가 보다 4~5배 높게 받으니 엄청난 보호와 혜택을 받고 있고 당연히 잘 살 것이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취재하다 보니 OECD국가 중 가장 못사는 게 한국 농업인이였다.
한국 농업인들도 아시아의 영세농업인들 처럼 가장 비참한 삶을 살고 있고 오히려 잘 사는 도시근로자들에 비하여 상대적 박탈감과 되물림 되는 가난이 한스러워 멀리 홍콩까지 건너와 삼보일배를 하고 홍콩 앞바다에 빠져서 절규하는 심정을 홍콩언론들도 십 분 이해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쌀값은 비싸다. 그럴까?
과거 62년경에 쌀 한가마(80㎏) 3,200원 이였다. 근로자가 받은 월급이 3,000원을 넘지 않았다. 한달 봉급으로 쌀 한 가마도 사지 못하였다. 이것은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7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었다. 지금은 무려 20가마를 살 수 있고 한 가족이 1년 먹을 수 있는 쌀의 구입가격이 5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시중에서 맛없는 식빵 100g에 500원, 조금 나은 것은 1,000원 이상이다. 가장 싼 자판기 커피도 300원 하고, 벌레도 생기지 않은 밀가루로 만든 과자는 100g에 1,000원씩 한다. 비만의 주범인 햄버거와 패스트푸드의 값은 얼마인가?
반면에 우리가 주식으로 먹은 민족의 혼이요, 문화인 밥 한 공기에 값이 200원이다. 100g으로 치면 100원 정도이다. 100만원 어치 쌀을 사면 한 사람이 무려 6년간을 먹을 수 있고, 온 가족이 먹어도 1년 반을 지낼 수 있다.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쌀처럼 싼 것이 없다.
우리보다 쌀이 비싼 나라가 일본,스위스,벨기에,스웨덴,이탈리아,노르웨이,오스트리아 등 열개국 이상되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는 1kg에 2만원 20kg 쌀 한포에 20만원 정도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 보면 오해가 풀린다./투데이안 개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