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卯年, 사주팔자 斷想

2011-02-05     엄범희 기자

해닮 金 鉉 洙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天地)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달노래’ 한 소절이다. 작자도 알 수 없고, 유포된 때도 잘 모르는 한민족의 구전민요다. 마치 주술적 구음처럼, 혹은 걸립패의 비나리처럼 오래 불리워진 한국인의 영가 한 소절이다.

그 노래 속에 담긴 뜻이 심오하다. 우선 초가의 삼간 집을 짓는다고 노래한다. 이는 시간時間을 따라, 공간空間 위에, 인간人間의 집을 지었다는 뜻이다. 곧 삼간의 집을 짓고서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 하늘의 ‘시간’과 땅의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인간’ 힘을 빌어 내가 존재하고 있으니, 한 생명은 분명 초가의 ‘三間’ 집을 지은 것이다. 이는 천·지·인 三神으로부터 생명을 점지 받았다는 한민족의 생명 철학과 그 뜻을 같이 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늘의 영원한 시간을 유영하던 내가 부모의 인간 몸을 빌려 땅의 공간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연원이 그것이다.

각자 생명이 살아갈 그 초가삼간의 집에 네 기둥을 박아 세웠으니, 이를 사주(四柱-네 기둥)라고 말한다.
곧, 한 생명이 탄생한 그 해(日)가 첫 기둥이 年柱가 된다. 태어난 달(月)은 둘째 기둥의 月柱이며, 태어난 날(星)은 셋째 기둥인 日柱가 된다. 끝으로 태어난 시간(辰)의 넷째 기둥은 時柱가 된다. 그러니 사주는 태어난 년, 태어난 월, 태어난 일, 태어난 시에 부여된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기운이며, 그 기질정보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命이라고 한다. 한 생명의 목숨(命)이며, 그렇게 살아가라는 우주적 명령(命)인 셈이다. 다시 말해 생명이 태어난 시간의 日,月,星,辰과 공간의 東,西,南,北과 사람의 仁,義,禮,智로부터 부여받은 생명 고유의 기운과 기질이 곧 사주인 셈이다.

이의 사주 네 기둥을 간지干支라고 하는 문자 부호로 표기한다. 그 부호가 모두 여덟 글자로 짜임 되었으니, 곧 팔자(八字)가 된다. 그 팔자타령의 연원이 되는 동양철학의 운명 바코드가 바로 사주팔자이며, 이를 해석하는 학문이 바로 곧 사주학이다.

사주학은 동양의 철학이다. ‘밝을 哲, 배울 學’이니, ‘배워서 밝아지는 것이며, 세상을 밝게 하는 학문’인 철학이다.
왜 선인들은 한 생명이 살아가는 초가삼간의 우주설계도를 낱낱이 풀어보고자 했을까. 그것은 잘못 설계된 집을 개조하고 보수하고자 했던 지고한 뜻에 있다.
그러므로 사주학이 혹세의 세상을 어지럽히고, 무민의 사람을 농간하는 저급한 학문으로 타락해서는 안 된다. 시간의 天氣와 공간의 地氣와 인간의 人氣를 누설하는 사람. 그 사주명리학자는 철학의 지고한 뜻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오로지 사주추명학을 방편 하여, 각자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게 해주고, 스스로 운명의 참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한 운명의 초가삼간을 환히 밝히는 현자가 되어야 한다. 지고한 운명의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

신묘년 새해, 시밝마루의 ‘命門關’ 내방객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자성의 주체가 강한 사람이라도 한 해의 운기, 즉 때를 묻는 것은 지혜롭다. 2011년 기운과 내 사주팔자의 기운이 상극하고 쟁투하면 불리하다. 삼가고 자중하며 겸손히 낮은 자세로 임해야 옳다. 잠시 자신 운명의 가속 패달에서 발을 내려놓아야 지혜롭다.
물론 그 반대라면 더욱 힘차게 자신 운명의 가속 패달을 밟아야 하고./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