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을 앞당길 수 없는 이유
나 병 훈/ (사)N미럼 대표
어느 편이 더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쌀 농업의 어려움을 해소하자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쌀시장 조기 개방론의 핵심은 어차피 2014년 말 완전 개방해야 할 시장이라면 그 이전에 미리 앞당겨 개방하는 것이 우리 쌀 농업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논거인 반면에 반대론의 입장은 2014년 이후 개방여부를 놓고 추가 협상 할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기 개방 해 버리면 DDA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확보하기만 어려워진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종속하는 패배주의적 소산일 뿐이라는 것이라는데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다.
과연 우리는 발등에 떨어져 있는 이 운명적인 양자택일의 문제를 두고 청기를 들어 조기개방을 택해야 했을까? 아니면 백기를 들어줘야 했을까? 어차피 결정은 또다시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필자는 백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이러한 쌀 조기개방 어려움에 대해 그동안 회자되고 있는 구체적인 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으며 이는 쌀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향후 조기 개방여부 토론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
첫째, 쌀 조기 개방에 대비한 정부의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의 기대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변동직불금 지급 타작물 유도, 쌀 가공산업 활성화, 소비촉진,R10프로젝트 등이 과연 최단기적인 쌀 수급안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 쌀가격 변동에 대한 수급 탄력도는 매우 낮아 생산량과 재고비율이 조금만 변동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등락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얇은 국제 쌀 시장(Thin Market)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불안한 세계 쌀 수급전망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는 예측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아직은 우리 쌀 산업이 완전개방화에 대비한 교역조건의 자급능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제쌀시장은 이미 태국 등 주요4개국이 독과점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인 카길 등 국제 곡물메이저(7개)가 세계 총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넷째,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진전, 농경지 감소, 범세계적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쌀 수급 불안정 요인이 향후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환율이나 국제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개방에 따른 쌀 수입량은 대폭으로 늘어나게 되어 국내 쌀 시장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곤혹스러운 올해 쌀 조기개방에 대한 논의가 내년도로 유보 된 점은 일견 바람직스럽지만 궁극적으로 쌀 문제 해결을 위한 조기개방 여부의 선택에 대한 합의노력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금후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고 조기개방으로 인한 유리성이 과연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쌀 산업여건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 해 있느냐의 문제를 심도있게 짚어보며 조기개방 여부를 판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본다./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 cockh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