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쌀 시장격리, 시급한 생존의 문제다.

2010-04-19     엄범희 기자

[투데이안신문 객원논설위원] 쌀 가격이 수요. 공급 균형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전통적 경제이론은 수요. 공급량 이외의 가격에 미치는 모든 사정들이 동일하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그만큼 가격결정 요소로서의 수요. 공급량은 매우 중요하고도 결정적 함수적 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쌀가격은 수요량인 쌀 소비에 비례하고 공급량인 생산 및 재고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 쌀 시장처럼 급격한 수요량 감소와 공급량 증가가 동시적으로 진행할 때 가격은 천정부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극단의 현상이 도래되면 당장의 쌀값 안정을 위한 지지책으로 정부의 쌀 시장개입에 의한 공급량 감축, 즉 시장격리 대책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것이 이론적 측면에서의 쌀값지지를 위한 정부개입의 타당한 근거다. 더욱이 쌀 소비량을 최단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시장개입은 불가능한 현실이므로 이러한 공급과잉 재고분을 시장에서 격리시켜 정부재고로 전환시켜달라는 범국민적 요구는 매우 타당하다.

최근 산지쌀값은 ‘90년대 중반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폭락하고 있다.


소비. 유통시장의 쌀 공급량이 흘러넘치다보니 산지 농협등이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벼(조곡)값마저 전년 동기보다도 20%이상 곤두박질쳐져 있다.

이러한 쌀값폭락의 원인은 산지측면에서 보면 6만톤이상의 ’08년산 구곡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데다가 ‘09년도산 풍작에 따른 공급과잉과 정부의 무계획적인 전년도산 매입확대에 따른 재고과다가 주범이며 소비지측면서보면 쌀 소비량 감소폭의 확대와 도매상등 유통업체간의 출혈경쟁적인 할인행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농협조사연구소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주요 요인에 의한 쌀값 폭락현상이 당장 정부개입에 의한 시장격리조치가 금년 단경기( 7-8월) 이전인 4월-5월중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1,5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어 농협의 존립 자체가 우려된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공시한바있다.

특히, 이러한 재고 과잉현상이 지속 될 경우 금년 수확기엔 양곡창고의 수매여석마저 없어지고 손실과 재고부담을 우려한 농협등의 벼 자체매입물량이 대폭 축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추곡매입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인한 농업인의 소득감소와 불만이 고조 될 것이라는 우려스런 연구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농협에 따르면 미작 중심의 전국 최고의 농도인 전북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전북농협의 경우 전년도 정부의 권유로 이전해보다 15천톤 늘려 375천톤을 자체 매입한 바 있는데 평균 매입가격은 46,000원 수준이었다.

지금의 시세는 41,000원에도 못미치고 있어 포대당 5,000원이상 손실이 이미 발생해 있는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현재 60%가 훨씬 넘은 239천톤이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로 창고에 묶여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는 시장 격리라는 최 단기처방 마저 불가할경우 쌀값 하락에 따른 조합 경영손실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여 산지농협의 과잉 재고벼 보유로 인한 손실 예상액이 310억원이상 예상되고 있어 농협경영의 존폐문제로까지 비화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쌀 문제는 생산자 단체조직인 농협만이 해결 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식량안보차원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을 통한 가격지지가 필요한 국민의 주식이다. 또한 농협을 단순한 일반 도매유통업체로 보는 시각에 편중된 채 대부분의 재고를 농협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쌀 재고처리 문제를 농협의 문제이자 농협을 위한 대책으로만 보려는 일부 의식 없는 정치적 편견은 현재의 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우선 당장 필요 한 것은 정부주도의 공급과잉물량 20만톤이상 조기 시장격리 추진이다. 지금 우리가 쌀값문제를 주시하고 있듯이 경험적으로 가격지지를 위한 시장격리가 전년도산처럼 추곡수매이후에 이루어진다면 무용지물이다.

최소한 단경기(7-8월)이전인 금년 5월말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수확기에 즈음하여 발표할 경우 결과적으로 농협등의 높은 매입가 부담으로 올해와 같은 쌀값 불안정이 재발 될 것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천안함 사고,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 등으로 대북관계가 정치적으로 혼미스럽지만 인도적 차원의 대북쌀 지원 법제화가 국회에서 즉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신곡우선지원제도를 정착시켜 실질적인 국내 쌀 유통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할 것으로 본다. 셋째로 쌀값 하락을 부추키는 대형유통업체의 출혈경쟁적인 쌀 할인행사가 즉시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단기적인 처방으로 우선 발등에 떨어진 쌀 문제를 해결한 후 근본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쌀 생산조정제, 미작 복합경영 작부체계 도입, 쌀 소득보전 직불대책, 쌀 소비촉진 대책등과 같은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쌀 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시장격리다. 이는 오로지 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적 호소에 응답할 수 있는 정부의 의지의 문제다./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지점장(starion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