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일 전라북도 수영연맹 회장

“체육인은 아는 것이 많아야 하고,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고, 남을 가르칠 줄 알아야 하고, 사람과 일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알아야 하는 종합예술가 입니다.

40여년 넘게 수영을 고집하며 오직 한길만을 걸어온 우리나라 수영계의 산증인이자 수영계의 대부(代父) 서정일 전라북도 수영연맹회장(71).

엄숙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서 회장은 “전북수영발전을 위해 꿈나무 육성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실업팀도 확충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뚝심과 의리의 사나이’로도 널리 알려진 서 회장은 대한수영연맹 감사도 겸하고 있다. 두 직책이 모두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중책이다 보니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전북수영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매진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의 모든 체육계가 소수를 위한 엘리트 체육을 넘어 전 국민의 생활체육으로 승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생활체육의 저변은 확대하고 학교체육은 기록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한다면 수영 뿐만아니라 타 종목도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의 체육사랑 뒤에는 부인 염선영 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염 여사는 봉동천 시절부터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고생하는 선수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공수하는 등 40여년동안 각종 대회마다 뒷바라지했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음식을 손수 만들어 한정식을 아테네에서 먹게 할 정도로 서 회장 못지않은 수영 메니아다.

대한 수영연맹은 염 여사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이사 예우를 해주고 있다. 서 회장의 수영사랑은 친구로부터 시작된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40여년전 고향인 전북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재직 중이던 친구 김수원 교사가 어린아이들을 물속에 열의 넘치게 지도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절친한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은 생각에 아이들 수영복을 구해준 것이 반평생을 이어가는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는 내킨 김에 봉동천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기 위해 20여포에 달하는 시멘트를 구입해 스타트및 턴 동작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줬다.

당시 새끼줄 500m를 깡통에 연결시켜 코스-로프를 만들어 50m 규격의 정식 수영장의 형태를 갖춘 시설을 만든 것이 수영에 전념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서 회장은 서울 동대문 야외수영장에서 열렸던 전국수영대회를 잊지 못한다.

처녀 출전에 나설 시골아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동대문 야구장 뒤편에 위치한 야외수영장을 처음으로 찾아왔다. 당시에는 부모들까지 들떠 상경했을 정도였다. 상경하는 아이들 모두가 우승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타시도 선수들이 시합용 수영복을 입고 연습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아! 이거 아닌데..’, 우리 애들에게도 수영복을 사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동대문 시장으로 달려가 수영복을 구했다. 하지만 수영복 사이즈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큼지막한 수영복을 구입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입었던 수영복이 물속에서 훌러덩 벗겨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서 회장은 아직도 당시를 회고하면 너털 웃음을 절로 터트린다. 2003년 전국체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을 때의 감격은 그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하다.

서 회장의 집안은 체육계의 명가(名家)로 유명하다. 맏형인 서기순씨는 교육청 체육장학사를 거쳐 교장으로 퇴직했다. 둘째 형인 서세일씨는 전북도체육회 훈련과장, 운영과장을 역임했고, 현재 도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전북도당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로 아래 동생인 서제일씨는 전북완주군의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전북수영연맹 부회장을 맡아 10년동안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둘째 동생인 서평일씨는 현재(주)서광양산 대표이사로 각종 체육대회에 스폰서로서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동생인 서동일씨는 완주군 체육회 전무이사로 활동했고, 전북육상연맹 부회장과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막동이 동생인 서경일씨는 현재 완주군 검도회장이면서 모교인 완주중학교 축구부 후원회장을 맡아 축구부에 대형버스를 기증하기도 했다.

7형제 모두가 도내 체육계 일원에서 다각도로 봉사하고 있는 스포츠 명가다. 스포츠를 좋아했던 선친(서복용, 완주중학교설립자)의 영향이 컷다. 서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두 딸과 아들이 모두 국경일에 태어나 봉사하는 삶이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그가 받은 상은 2006년 전북체육공로상을 비롯해 각종 봉사상 등 완주군 경천면 집 방 하나를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특히 전북체육공로상은 선정과정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체육인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그가 아끼는 것 가운데 하나다. 전북체육회장이 직접 전달할 정도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천년을 버틴 나무는 그리 크진 않지만 뿌리가 수십미터 달할 정도로 깊게 뻗어있다"며 "수영계도 이처럼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제2, 제3의 박태환 선수를 배출하는 밑바탕을 만들어 나가는데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소년 클럽의 활성화와 지방 팀 육성에 좀 더 많은 시간과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서 회장은 “전북체육의 발전여부는 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자치 단체장들이 체육에 열정을 보인다면 성적뿐만 아니라 도민 건강,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체육은 전문가들이 이끌고 가야 하지만 선거 때 눈도장 찍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어 아쉽다”며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고 기업과 행정과의 유대가 이뤄져 타시도 처럼 의무적으로 기업에서 실업팀 한팀씩을 맡아야 체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선영 여사와의 사이에 큰딸 서국효, 작은딸 서국향, 아들 서직현 등 2녀 1남을 두고 있다.

▶걸어온 길=전북수영연맹회장, 생활체육회 수영연합회장, 대한수영연맹 상임고문, 감사, 선수보호위원장. 경기력 향상위원, 상벌위원장, 완주교육청 행정자문위원장, 완주군 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장./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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