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수리 중입니다. 모월 모일 새 단장한 모습으로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짬을 내어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정문에 내부수리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간 나의 경솔함 탓이었다.

그러나 헛걸음을 했다는 낭패감보다는 곧 새 단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그곳을 다시 찾았다.

식당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으로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말 그대로 때를 빼고 광을 내니 완전히 새로워진 것이다.

음식 솜씨가 맛깔지고 정갈하여 평소에도 손님이 무척 많은 곳이었는데, 오늘은 더욱 더 발 디딜 틈 없이 왁자했다. 지인은 무척 만족하고 있는 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냉난방이 잘 되지 않아서 에어컨과 보일러를 전부 교체하고, 실내장식도 고풍스런 전통양식으로 꾸몄어. 어때, 아주 근사하지?”

“분위기가 아주 좋구먼. 이제는 소쿠리에 돈 퍼 담을 일만 남았구려. 하하하”
나는 지인의 흥을 돋워 주며 진심어린 덕담도 한마디 띄웠다. 새 단장을 축하하며 반주도 한 잔 곁들였더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게 지인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명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나의 몸 상태가 생각났다.

‘오래된 식당처럼 몸이 고장 나거나 손 봐야할 곳은 없을까? 혹은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쩌지? 그동안 의정활동이다, 사막 마라톤이다 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몸을 혹사시키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는군.’

게다가 요즘에는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아내에게 그런 하소연을 했더니 정신적인 에너지가 소진된 거란다. 나는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듯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마음의 수양을 해야죠.”라고 무심하게 한마디 내뱉고는 부엌으로 훌쩍 가버린다.

나는 성의 없는 것 같은 아내의 대답에 화가 슬며시 났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래, 아내의 말이 백번 옳다.

하여 금년에는 책 100권 읽는 것을 계획으로 세웠다.

그렇게 하면 일주일에 평균 두 권 꼴이 되는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연말 나의 애마인 무지점자단말기에 100권의 도서를 100개 폴더에 다운로드 해놓고, 한 권 다 읽을 때마다 폴더를 하나씩 삭제해 나가면서 독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아버님 병문안을 드린후 한가해진 틈을 타서 열하일기를 읽고 있는데 벌써 10개의 폴더가 삭제됐다.

그리고 또한 지난 연말연시에 과음·과식으로 혹사시킨 오장육부를 회복하기 위해 소식을 하는 것과 일주일에 1회 이하 그것도 한 회에 맥주 두 잔 이하의 음주 결심을 세워 놓았다.

독서 결심과 마찬가지로 식사와 주량 조절 결심도 차근차근 지켜나갔더니 거북했던 속과 둔했던 몸이 요 며칠 새 편해지고 가뿐해졌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마따나 몸의 상태가 호전되니 몽유병자 같았던 정신도 맑아지고, 텅 비었던 머리곳간도 곡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그 힘으로 국회에서 청탁해온 원고를 썼다.

그렇다. 식당이나 상점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정기적으로 내부수리가 필요하다.

수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느 곳이 어떻게 부실해 졌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는 어떤가? 속은 텅 빈 채 외형만 번지르르한 모습으로 생활하지는 않았는가? 온갖 감언이설과 미사여구로 상대방을 골탕 먹이지는 않았는가? 자신을 과대포장하지는 않았는가? 육체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자꾸만 시려오는 치아의 치료와 탈모 예방과, 종종 나를 괴롭히는 어깨 통증도 내부수리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비무환의 자세로 내부를 자주 손질해야겠다.

오늘은 내부수리 중이라는 목걸이 명찰이라도 달고 나가야 할 것 같다.


/달리는 희망제조기, 사회복지학 박사 송경태

폭풍은 참나무의 뿌리를 더욱 깊이 들어가도록 한다

장애인 세계최초 세계 4대 극한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국가유공자, 시인, 수필가, 대한민국 신지식인, 우석대 겸임교수

저서 : 신의 숨결 사하라 2011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시집 삼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2008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수필집 나는 희망을 꿈꾸지 않는다 2009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 2009, 희망제작소

그랜드캐년 울트라 271Km, Kbs-1tv 인간극장 5 부작 ‘그랜드캐년의 두 남자’ 방영, (2012 년 10월 22일-26일)

남극마라톤, Mbc-tv 신년특집 다큐, ‘빛을 향해 달리다’ 방영 2009 년 1월 10일)

사하라사막, Kbs-1tv 토요스페셜 ‘암흑속의 레이스 250Km ’ 방영 2005년 11월 5일)

아타카마사막, Sbs-tv 휴먼다큐, ‘아들의 눈으로 사막을 달리다’ 방영 200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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