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이상학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비서 A씨 측은 성추행이 4년간, 또 부서를 옮긴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위력을 이용해 시장 집무실에서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보내며 A씨를 성적으로 괴롭혔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비서 4년 뿐만 아니라 타부서 발령 후에도 위력 성추행 지속

고소인 전직비서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하는 4년,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난 후에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이었다. 박 시장은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고 집무실 내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하면서 신체접촉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또 늦은 밤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서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A씨를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서울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이 없었으며 공무원으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가 어느 날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면접 후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아 박 시장의 비서로 약 4년간 일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하기 전 사적으로 포렌식하고 일부 나온 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A씨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친구와 기자 등에게 박 시장이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박 시장을 지난 8일 성폭력특례법(통신매채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의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A씨가 곧바로 고소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A씨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등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추행은 4년 동안 지속됐다"며 "우리가 접한 사실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거부나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 접촉, 사진 전송하는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A씨 지원 여성단체 "위력 성폭력의 특성…진상규명 해야"

이 소장은 "이 사건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무엇보다 인구 1000만 대도시 서울 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보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서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진행 못 하게 됐다"면서도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피해자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Δ경찰은 현재까지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할 것 Δ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힐 것 Δ정부, 국회, 정당은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의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A씨 입장문 대독…"법의 심판, 인간적 사과 받고 싶었다"

A씨가 쓴 입장문을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입장문에서 A씨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 청원에는 5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박 시장은 A씨로부터 고소당한 바로 다음 날인 9일 오전부터 연락 두절됐다. 9일 오후 5시17분 실종 신고가 접수된 후 경찰이 수색에 나섰으나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유서를 통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박 시장의 장례는 10일부터 시작됐으며 이날 발인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A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온라인상에 떠도는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저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피해자를 사실상 특정하는 부분이 있어서 경찰청에 해당 문건 유포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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