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성추문에 휩싸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어떠한 사실도 밝혀진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성추행 혐의나 내년 4월 보궐선거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신 서울 지역 곳곳에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당 차원의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해찬 대표는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에도 이틀째 민주당 의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관련 논란도 이틀째 격화되고 있다.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자신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시장을 두고, 빈소 조문부터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치러지는 5일장까지 찬반 논란이 거세다. 세금이 투입되는 '서울특별시장(葬)'(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명이 참여했으며, 한편에선 여권 지지자들의 노골적인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혹스러운 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밝히며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의 경우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으나 박 시장이 사망하며 전 비서 A씨의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상황이다.

장례가 끝나면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내 권력층들의 반복되는 성추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전 지사와 고 박원순 시장의 사례는 민주당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희정과 오거돈 같은 거물급 단체장의 성추문이 정국을 뒤흔들었음에도 다시 성추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과 제2도시인 부산의 시장직이 성추문으로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여당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는 지적이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에 부동산 대책 역풍에 따라 민심이 악화되는 가운데, 대선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여당 입장에선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박 시장이 주요 대선주자였기에 민주당이 입은 타격은 더욱 회복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물어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에 시장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4월 오거돈 시장 사퇴 당시에도 당내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는 현실이다. 시장을 내느냐 안 내느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다음에 지방선거 때 각 구청장으로부터 시작해 시·구의원까지 유기적인 결합을 포기하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며 "투표 결과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우리가 만든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맞는다"며 "헌신짝처럼 버릴 문제였다면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도 "다음 선거는 망했다", "부산과 서울을 성범죄의 이름으로 잃었는데 180석을 가지면 무엇하냐", "민주당은 적어도 고인을 위로하는 동시에 피해자를 배려하는 스탠스를 취해야 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는 비서진을 전부 남성으로 바꾸라" 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면, 민주당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후보군이 거론될 전망이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현역 의원 가운데서는 4선의 우상호, 재선의 박주민 의원 등도 거론된다.

한편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미니 지방선거'로 판이 커지게 되면서 미래통합당은 견제에 돌입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선거 등은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로 치러야 한다"며 "국민들이 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확신을 가질 때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박 시장 빈소 조문은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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