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녹색 잎, 시원하게 불어오는 녹색 바람

 

[투데이안]조선 8경의 하나이자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내장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내뿜는 비경 지대다.

특히 빨강, 주황을 비롯한 화려한 계통의 단풍 색깔이 물감을 뿌린 듯 시각적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가을은 비경 중의 비경이다.

그렇기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보러 내장산을 찾은 이들이 많다. 하지만 더운 여름철 내장산의 무성한 잎과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과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가을철 못지않게 훌륭하다.

어디 여름뿐이겠는가.

봄의 꽃, 가을 단풍, 여름의 녹음, 겨울의 설경 등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지닌 내장산은 일상에 지친 이들을 넉넉하게 품는다.

◆ 굴거리나무 군락지의 아름다운 녹음‘인기’

내장산의 싱그러운 보석, 초록으로 생생한 굴거리나무 군락지의 아름다운 녹음이 짙어져 간다.

짙어진 녹음이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의 싱그러움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을 부른다.

푸르른 여름날 내장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이렇게 아름다운 내장산의 여름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것이 있다. 바로 신선봉과 장군봉에 있는 굴거리나무 군락지다.

굴거리나무는 잎 표면이 진한 녹색인데다 광택이 있어 내장산의 짙푸름을 더해준다.

내장사를 바라보고 왼쪽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산봉우리로 올라가는 곳에 굴거리나무가 무리 지어 있다.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면 작지만 화사한 여름꽃도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굴거리나무 아래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

한들한들 산책하고 싶은 이들은 일주문에서 내장사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나무 아래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명상을 해도 좋다.

다양한 사람이 찾는 내장산은 보는 이들로 해금 감탄을 자아낸다.

멋있고 수려한 풍광도 뛰어나지만 2015년 7월 24일 전라북도 문화재 기념물 제130호로 지정된 ‘정읍 내장산 조선왕조실록 보존터’가 있는 곳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있다. 굴거리나무는 중북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나 나무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 남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울창한 굴거리나무 숲

굴거리나무는 난대의 특징 수종으로 내장산의 굴거리나무 군락지는 굴거리나무가 자생하는 북쪽 한계 지역이라는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12월에 천연기념물 제91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굴거리나무는 제주도와 울릉도 그리고 남부의 도서지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내장산의 굴거리나무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는 그곳이 굴거리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이기 때문이다.

굴거리나무는 상록활엽교목이다. 늘 푸르고 넓은 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이다.

원래는 대극과(大戟科)에 속했던 나무이지만 최근에 굴거리나무과로 독립해 새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한자어로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교양목(交讓木)이라고 부른다.

교양이 있는 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새잎이 난 뒤에 지난해의 잎이 떨어져 나간다는, 즉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굴거리나무의 잎은 약으로 쓰이는 만병초와 닮았다.

그래서 만병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원수로 좋으며 가로수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 계절을 부르는 여행, 여름과 가을 사이

 

내장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앞에 차를 대고 내장사 방향으로 향하다 좌측으로 난 다소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넉넉잡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더 쉽고 빠르게 가면서 내장산 골짜기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면 연자대까지 연결돼있는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내장산 아래에 보이는 작은 인공호수와 수목과 내장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수많은 나무들의 우듬지를 보며 감탄을 하다보면 우화정의 풍광이 넓게 펼쳐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군락지의 안내판이 나오고 그 안내판 아래쪽 사면이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내장산 굴거리나무 군락지이다.

굴거리나무는 그늘을 좋아하는 비교적 키가 작은 나무지만 내장산 원적계곡에서 만난 나무는 10m가 훌쩍 넘어서는 개체들도 있다.

그 어미나무 주변으로 키 작은 아들나무와 손자나무들이 일가를 이뤘다.

무리를 지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 평화롭다. 군락지 아래 계곡의 냇물도 반짝이며 흘러간다.

군락지에 들어가 천천히 걷고 다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더운 늦은 여름날의 열기를 식히러 들어갔을 땐 한 시간 이상 그곳에 머물게 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의 바람결이 나뭇잎들을 춤추게 한다.

여름의 중턱에서 시원한 가을바람이 잠시 스쳐 지나가면 어느새 몸의 열기는 모두 빠져나가 심신은 새롭고 차가운 에너지로 생기 넘치는 상태로 돌아온다.

연자대 전망대에서 내장사로 향하는 등산로에 있는 굴거리나무들은 가까이에서 관찰하기에 좋다. 가을 단풍이 물들기 전 여름 풍경을 보며 여유롭고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내장산의 연봉에 둘러싸인 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