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십자, 위기가정 긴급지원 제도 통해 복지 사각지대 지원
- 주거 불안정에 놓인 청장년 독거가구, 적십자 지원으로 자립 꿈 꿔

 

[투데이안]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미래에 자립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을 돕는 것 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시스템은 당장 생존이 위태로운 사람들을 먼저 도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테두리 밖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서히 자립의 의지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복지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찾아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바로 적십자가 하고 있는 일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현 씨(만 42세/가명)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유학중이던 영국에서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를 들었다.

이후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외국 생활을 계속하던 아현 씨는 2000년대 초반 귀국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됐다.

우울증으로 꾸준한 직장생활이 어려운 와중에 어머니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아현 씨가 간호를 하게 됐다.

투병 끝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현 씨에게 남은 건 병원비와 생활비 등으로 불어난 빚이었다.

아현 씨는 파견회사를 통해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반으로 줄어든 월급으로 빚을 갚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강남구청에 도움을 요청한 아현 씨는 통합사례관리사의 권유에 따라 파산신청을 했다.

파산신청 후 고시원에 살던 아현씨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고시원이 업종을 변경하며 퇴거를 요청했던 것이다.

“제가 살고 있던 고시원이 비용이 저렴한 편이었어요. 근처에서 비슷한 비용의 고시원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LH임대주택을 신청하고, 여성전용 사우나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죠.”

파산신청을 하면 5년 동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현 씨는 강남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지만,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지면서 중단했다.

“5년이 지나면 저는 업무 공백도 길고, 나이도 많아서 더 취직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사례관리사님과 의논해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활용하려고 했는데, 주거가 불안정하니 계속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일정한 주거지 없이 생활한지 6개월. 아현씨는 LH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아현 씨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아현 씨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연 강남구 통합사례관리사는 “LH임대주택은 신청해도 선정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우선 신청 해 놓고,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선정됐다고 연락이 왔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라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적십자 긴급지원을 신청했어요.”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는 아현 씨의 사연을 접하고 LH임대주택 본인부담금 중 4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현 씨는 지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LH임대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또, 아현 씨는 주거가 안정되는대로 중단했던 제과‧제빵 공부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한 상태인 아현 씨는 연습 일정, 실기시험 등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세워놓은 상태였다.

이에 적십자는 아현 씨에게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비용을 추가로 지원해 아현 씨가 완전히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아현 씨는 “원래 하던 사무직으로 돌아가기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저는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십자에서 저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으니, 저도 차근차근 미래를 위해 준비해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활이 안정되면 저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적십자에 감사를 표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실직, 질병, 사고, 재해, 범죄피해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위기가정이 다시 희망을 찾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조금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사회복지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의 위기가정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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