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둥이 동생들과 전세 4천만 원에 입주했다가 '날벼락'

- "부모님에게 죄지은 심정…시험공부도 제대로 안돼"

▲ 전세액 4천만 원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원룸 임대업자를 고소한 원광대 복학생 박천규 씨는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할 행복한 새 학기 꿈을 접고 말았다.

8일 원광대학교 학생과에서 만난 원룸 사기피해자 박천규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탓인지 초췌해 보였다. 복학생인 박 씨는 새 학기 단꿈이 깨기도 전인 지난 3월 거주하고 있는 원룸의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온수마저 나오지 않게 될 것이란 통지도 받았다.

대학가에 둥지를 튼 박 씨는 전세계약을 하며 이미 1년치 관리비 30만 원을 지불했는데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 씨가 꽃샘추위만큼이나 차가운 상황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원룸 주인이 임대료를 챙기고도 각종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 뿐 아니라 입주 건물 전체(총 18세대)가 같은 처지에 놓인 것을 알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했다. 박 씨가 사는 클리오** 원룸은 A동과 B동으로 이뤄졌으며 박 씨가 피해자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씨는 “계약 당시 (A동) 전세는 자신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사고가 터지고 나서 보니까 18세대 전부 전세로 입주해 있었다”면서 “원룸 주인이 속이고 전액 전세계약을 하도록 한 것이다”고 분개해 했다.

원룸 주인 강 모 씨는 200만~300만 원 정도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로 받는 통상 임대차 방식 대신 전액 전세금 형태로 원룸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신축원룸을 구입하고 오래된 원룸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자금으로 쏟아 부었다. 모자란 돈은 금융권에 담보를 제공하고 추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원룸을 늘려 갔다는 것이다. 강 모 씨 자신의 표현대로 ‘갭투자’ 방식으로 자산을 증식하고 부동산 거래에 취약한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것이다.

▲ 복학생 박천규 씨는 전세액 4천만 원을  마련해 준 부모님에게는 죄인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무주가 고향인 박천규 씨의 쌍둥이 동생 둘이 올 해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박 씨는 전세금 4천만 원짜리 원룸에 입주해 동생들과 함께 열어 갈 새 학기 희망에 젖어들어야 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가 됐다.

박 씨는 “A동 피해액이 5억8천만 원이고 B동은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3억 원가량이다”면서 “그럼에도 당시 집주인은 전화를 받았다가 문자를 달라고 하고는 문자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따돌려 왔다”고 당시 답답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씨는 “다음주면 시험기간인데 마음이 잡히지 않고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다”면서 “무주에 계신 부모님은 처음에는 걱정어린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저를 믿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죄인같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체념한 부모를 생각하면 사기 가해자로 지목된 강 모 씨 가 미울 수밖에 없다.

박천규 씨는 지난 3월 피해자 5명과 같이 익산경찰서에 강 모씨를 고소했다. 이 시기는 원룸 사기사건이 표면화한 최초 시점이다. 박 씨는 지난주 법원으로부터 경매처분 물건이란 통지서를 받았다. 이들은 이같은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현관에 안내문을 붙여 공유했고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박 씨는 학교와 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공익변론 등 피해자 구제 노력에 기대를 하고 있다.

피고소인 강 모 씨는 최근 세입자들에게 단체문자를 보내 전세금을 돌려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행정당국을 비난했다. 강 모 씨는 “부동산 전문 경매인들이 인수할 뜻이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경매에 넘겨지는 것보다 더 많이 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세입자에게 50% 이상씩은 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 모 씨는 그러나 “익산시가 기업형 오피스텔이나 기업형 임대주택을 더 이상 승인을 해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승인으로 인해 물량이 쏟아져 원망스럽다”고 잘못을 행정당국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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