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서만 원룸 15채 피해자 223세대…익산경찰서에 고소

- 익산시·원광대·변호사회, 단수 안하고 공익변론 힘 기울여

- 피고소인 강 모 씨 "무리한 갭투자와 인정사정 없는 은행 횡포"

▲ 익산시 익산대로 56길(원광대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문제의 원룸 건물.

8일 오전 10시 무렵, 익산대로 56길에 위치한 사기피해 원룸 가운데 한 건물은 조용했다. 16세대 가운데 학생입주자가 많아 대부분 등교한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은 원룸으로 넘쳐났다. 인근 부동산중개인은 원룸동이 300동에 이른다고 귀뜸했다.

익산 원광대학교 대학가 원룸 피해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원광대와 익산시가 파악한 피해자는 원룸 사업자로 지목된 강 모 씨 소유의 15채, 119명이었으나 8일 현재 익산시 피해자는 223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원광대와 익산시에 따르면 강 모 씨 소유의 익산내 원룸주택은 모두 18채로 이 가운데 15채에서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세대당 공동 입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 수는 더 있다는 분석이다.

피해금액은 애초 60억 원으로 추산했으나 피해신고자 전세금을 합산한 결과 50억 원이 못 미치는 것으로 원광대는 파악했다.

3월 말과 이달 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확인한 대학당국과 익산시청은 지난 4일 T/F팀을 구성, 행정적·법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원광대와 익산시가 파악한 문제의 원룸은 정성*, 네이버 ** 등 15채다.

익산시는 원룸 사기 피의자 강 모 씨가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가다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룸업자가 원룸을 매입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원룸을 확보했고 다시 담보대출로 원룸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원룸을 늘려 가다가 더 이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금원은 금융대출과 세입자들로부터 월세가 아닌 전세금을 받는 수법을 동원했다. 강 모 씨는 이같은 자산증식 방식을 피해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갭투자'로 표현했다.

피해자들은 채권자들(금융권)이 임의 경매(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로 매각해 그 매각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는 강제적 집행 절차)에 나선 법원 경매 통지문을 받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학생회 간부인 A씨는 지난 3월 23일 학생과를 찾았다. 자신이 대학가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원룸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날벼락같은 통지문을 받고 ‘구조’를 요청한 것이다. A씨처럼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는 그때까지도 더 있었다. 이후 학교 자유게시판이나 각 학과의 SNS 단체 대화방 등은 피해 의심 글들로 불이 붙었다.

이처럼 사기 피해사례가 쏟아지자 학생회는 온라인 공지 글을 올려 사례를 모았다. 피해자들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원룸 사기 수법과 피해 금액 등을 파악하는 등 자료를 모았다.

8일 피해접수창구로 일원화한 원광대 학생과에는 123명이 접수했다. 계약이 만료됐지만 전세금을 환수하지 못했거나 계약은 남아 있어도 원룸업자가 잠적해 피해가 예상되는 세입자들이다. 피해자는 학생이 87명이고 나머지는 졸업생과 일반인, 정년 교수들이다. 지금까지만 보면 70%가 학생 피해자여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법적 대응은 익산지방변호사회(회장 양승일)가 맡았다. 회원 변호사 20명 가운데 양 회장 등 6명이 나섰다. 익산시는 고문변호사를 내세우고 원광대 와도 연계해 무료 공익소송을 준비중이다. 현재까지 익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기 피해자는 64명이다.

원광대와 익산시는 이날 공익소송 준비중이란 점과 단수조치를 유예한다는 내용을 해당 원룸에 게시했다. 안내문에는 소송에 필요한 절차를 적었고 학생과(학생회관 2층) 원룸 피해 접수 창구를 방문할 것을 안내했다.

익산시는 당장 세입자들이 주거해야 하므로 단수와 단전, 가스공급 중단을 막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입자들은 꼬박꼬박 사용요금을 내고도 원룸업자가 요금을 내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단수는 익산시 관할인 만큼 상수도 공급을 그대로 하기로 했다. 한전 익산지사는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공급은 대부분 고지서로 개별 납부하고 있어서 세입자가 납부하면 된다.

원광대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침을 강구중이다. 임태환 원광대 학생과장은 “원룸과 같은 전세 계약을 앞두고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등기부등본과 같은 서류를 떼어오도록 해 확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원룸업자 강 모씨는 지난 6일 세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경매 전 매매를 통해 전세금 절반이라고 내주겠다”고 밝혀 전세금 전액 환수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 원광대와 익산시는 피해 원룸에 안내문을 붙여 피해 구제에 힘쓰고 있다.

대학가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자는 임대차계약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개사 B씨는 "이번 사태는 개인간 거래로 인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했을 것이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계약전에 확정일자부를 열람하거나 인터넷등기소·동사무소에서 떼어 보는게 안전하다"면서 "'중대대상물 확인·설명서' ⑨번 항목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이 기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선순위 임대차가 존재하는지 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한 취업준비생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익산 대학가 전세사기 글을 올리고 발본색원 요청했다.

청원에서 취준생은 “지난해 12월 26일 만료된 원룸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면서 “(전세금을 독촉하자)강 모씨는 ‘아는 깡패들 많다’는 등의 협박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안산이나 전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허다하고 심각하다는데, 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뤄서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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