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실태 감사 공개

-문화재청에 “안정성 검증 후 적절한 조치방안 검토하길”

▲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

20년간 보수정비를 마치고 23일 모습을 드러내는 국보 제11호 익산미륵사지 석탑이 원형과 다르게 복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석탑이 원형을 잃은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21일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문화재청이 225억 원을 들여 석탑을 해체·복원하면서 상·하부 형태를 달리하는 등 석탑 내부 축석방식 검토에 미흡했다고 밝혔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안전진단 결과 노후 판정을 받으면서 해체·복원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소속 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1년 전라북도와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 대행협약을 체결하고 2018년 10월 현재까지 사업을 대행하면서, 석탑을 해체하고 구조보강, 보존 처리 등을 했으며 조적식(組積式)으로 축석했다.

적심(積心)은 석탑 등 구조물의 내부에 돌과 흙을 쌓아올려 탑의 몸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 미륵사지 석탑 적심의 해체 당시 모습은 부정형의 석재들이 쌓여 있었고 공극(석재 사이의 빈틈)을 흙으로 채운 형태였다.

그러나 문화재연구소는 해체한 석탑을 다시 쌓기 위한 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원형의 축석방식을 재현할 수 있는지 검토하지 않고, 정사각형 모양의 가공된 새로운 석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 기존의 석재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문화재연구소는 이후 원래의 부재를 보존한다며 축석방식 변경을 검토했지만 이미 그 때는 석탑의 2층까지는 정사각형 모양의 새로운 석재를 사용해 쌓아올린 상황이었다.

결국 2층까지는 정사각형 석재로 쌓아올린 것을 그대로 두고, 3층부터는 기존의 부정형 석재를 재사용하고 석재 사이를 충전재로 채우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문화재연구소는 이렇게 축석방식을 바꾸면서 구조적 안정성을 계산하지도 않았다. 축석방식 변경을 통보받은 시공사는 설계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문화재연구소는 설계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기간 연장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날그날 사용할 석재를 현장에서 고르면서 석탑 내부가 복원됐다고 지적했다. 3층부터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를 사용하면서 내구성이 강한 충전재가 필요했으나 별도의 자문이나 연구 없이 충전재 종류를 변경했다.

또 문화재연구소는 당초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2012년 충전재 연구용역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충전재로 사용했다.

그 결과 국내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이 적심부분의 원형 복원 가능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채 시공되다가 원래의 축석방식을 보존하는 것으로 방향이 전환돼 석탑 상·하부의 내부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을 갖지 못한 방식으로 복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는 다른 무기질 보수재료에 비해 강

도 등 성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기존의 충전재인 흙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흙과 색상이 가장 유사해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 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방안을 검토할 것을 통보했다.

또 앞으로 석탑 등 문화재 보수 시 원래의 구조와 형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축석방식 보존 및 기존의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며,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업무지침’에는 문화재의 원형이 변형·왜곡되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를 수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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