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통합전형 법에 없고 커트라인 80점은 가혹"

- "평가보고서 제출 여부 이사회 심의…행정소송 이길 자신"

- 15일 비상대책위원원회 총궐기 예고

▲ 박삼옥 교장.  인터뷰 도중 그는 비교적 담담했다. 투데이안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등학교가 설립 이래 가장 큰 이슈에 봉착했다. 전북도교육청이 5년만에 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하면서 합격점수를 너무 높여 잡았다는 것 때문이다. 불합격을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늦은 시간 ‘상산의 리더’ 박삼옥 교장을 만나 재지정 평가에 어떤 불만이 있는 지 물었다. 옆에 책을 수북이 쌓은 의자에 깊게 앉은 박 교장은 비교적 담담했다.

박 교장은 “도교육청이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법에도 맞지 않는 규정을 들이댔다”고 말했다. 끝내 행정소송도 언급했다.

설립자 홍성대 이사장은 전날 인터뷰 요청에 “학사운영과 관련해 나설 입장이 아니다”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사장이 학교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홍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정부가 자사고를 없애려 하자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상흔이 깊은 것이다.

박 교장은 이날 지사실서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만나 전북 발전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송 지사가 고교 6~7년 후배다.

박삼옥 교장에게 먼저 5년 전 평가 때 상산고가 최고수준의 평점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하고 이번에는 어느 정도 받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대로라면.

박 교장은 그러자 “취임하자마자 뭣도 모르고 평가를 받았지만 그때는 평가에 떨어지리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70점이 기준점인데 80.8정도를 받았다고 했다.

자사고 평가에 대해 법률적 잣대를 댔다. 박 교장은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잘 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행할 수 없다면 취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가는 것이다”고 했다. 도교육청의 문제는 상산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지를 이번에 보겠다는 것이란다.

박 교장의 말은 ‘교육감이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명기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제4항제5호에서 비롯된다.

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마련한 평가 표준안에서는 기준점을 70점으로 정하고 있고, 이번 평가에서도 전국 11개 시·도교육청 중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10개 교육청이 모두 이 기준점에 따라 평가할 예정이란 점을 중시했다.

▲ 학부모들이 학교 입구에 붙인 '상산고를 지켜야 한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다시 물었다.

박 교장은 그러자 “과거와 같은(평가기준과 70점) 지표로 평가하면 10점 정도 더 받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은 부정형을 내포했다. 박 교장은 “그런데 지금은 더 까다롭게 했고 특히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뽑는 사회통합전형은 과거 2점이었는데 지금은 의무처럼 해서 14점으로 늘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예로 들었다. 강원도교육청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만든 자사고 재지정 평가 표준안 가운데 사회통합형전형 관련 지표 3개의 점수를 총 14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강원도교육청은 민사고가 이 지표 적용을 받게 되자 독자적으로 지표를 수정한 것이다. 울산 현대청운고도 마찬가지다. 박 교장은 “정성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전북은 14점, 정량평가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목표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사회통합전형이란 양질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 탈북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사회통합전형 기준에 대해 박 교장의 말을 더 들어 봤다. 서울지역 13개 자사고와 전북도내 남성고는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뽑아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다. 하지만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을 거친 지방 5개 자사고(전북·전남·강원·경북·울산)는 의무가 아닌 자율로 돼 있다. 5곳은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출범했다.

박 교장은 상산고와 같은 자사고에 대해서는 제91조의3제3항(종전의 제105조의3제3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부칙 제5조의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입학정원의 20% 사회통합대상자 의무선발 규정은 상산고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박 교장은 “상산고는 2008년부터 이미 사회적배려 대상자를 3% 이내로 뽑아 왔다”고 했다. 정부 방침 이전에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3% 이상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10명 정도만 뽑아서 실력 있고 인성 갖춘 사회인으로 양성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에도 없는 의무선발 규정대신, 정량적 평가 대신 정성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장은 교직원 연수 평가도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내연수는 되고 해외연수는 안된다고 하는데 더 높은 수준의 연수가 필요한 상산고의 경우 외국 선진학교 연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점도 과거 5점에서 지금은 최고 12점으로 늘려 놨기 때문에 큰 변수중 하나란 점도 지적했다.

박 교장은 “이대로라면 사실상 80점은 불가능한 점수다”고 크게 우려했다. 의무사항이 아닌 사회통합전형을 지표로 삼고 있고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공문을 통해 권장했다는 점도 ‘일반고에 한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했다. 합격점 80점 역시 다른 모든 10개 시·도교육청의 70점에 비하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었다. 박 교장은 사회통합전형 잣대 잘못과 커트라인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니까 재지정이 위태롭다는 뜻인가”라고 묻자 박 교장은 “이대로라면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성 논란을 물었다.

박 교장은 “교육청의 횡포다”고 즉답했다. 교육청이 재량권을 갖겠다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하는 것인데, 80점을 맞아야 낙제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과거 자사고 평가나 고시도 기준점은 60점이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재지정 평가 항목은 모두 31개다. 80점이란 모든 항목에서 우수(A)를 맞아야 받을 수 있는 고득점 등급인 셈이다. A는 최고등급인 S(매우 우수)의 바로 아래다. 80점을 맞았다 해도 떨어지는 형국이란다. “감점을 최고 12점으로 높여 놨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의 재량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 가운데 최고 12점으로,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등을 평가하게 된다.

상산고는 교육청에 세 차례 시정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교육청의 답변을 형식적인 답변으로 보았다.

이에 상산고등학교 총동창회와 학부모들은 지난 6일 전라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 평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번갈아 가며 오는 14일까지 1인시위를 한다. 15일에는 총궐기대회를 하고 상산고에서 도교육청까지 가두행진을 할 예정이다. 앞서 전북도의회는 오는 12일 김승환교육감을 상대로 질의할 예정이다.

▲ 한 학생이 본관으로 들어 서고 있다.

22일이면 성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촉박한 상황이다. 준비상황을 물었다.

박 교장은 “두 교감이 정신이 없다.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준비는 해놓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고는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완벽히 준비를 하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란다.

일부 학부모는 강경하다. 시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니 차라리 성과보고서를 제출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그러나 학부모 말만 들을 수 없다. 박 교장은 교사와 동창회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이사회 심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동창회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의견이 받아 들여져 ‘성과보고서 보이콧’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뷰 도중 박 교장은 김승수 전주시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주시가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도 갖는 것 같다. 만나기로 했단다.

자사고는 특권 교육, 수월성 교육을 대신하는 말이 아니냐고 물었다. 박 교장은 “특권이란 혜택을 주고 받는 것인데, 자사고는 그런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일반고와 영재고는 국가가 지원한다. 학자금은 자사고의 3분의1 정도다. 영재고는 전기보다 먼저 모집하는데 이거야 말로 특권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자사고는 일체 지원을 받지 않는다.

수월성 교육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고 평준화교육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월성 교육은 인공지능이 좌우하는 사회에서 일부만이라도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이나 중국·러시아처럼 수월성 교육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자사고가 서열화 주범이란 평가에도 억울해 했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서열이 사라지느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유수대학이 고교를 서열화해 전형에 반영하고 있다는 세인의 평가를 일컫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 재지정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를 물었다.

곧바로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승소도 확신했다. 박 교장은 “법에 해당되지 않는 평가지표로 평가를 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고 다시 강조했다.

박 교장은 차라리 법을 고치라고 했다. 정비되지 않은 수단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보는 것이다.

상산고 재지정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옮겨 붙었다. 한 학부모가 올린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이란 제목의 청원은 8일 오전 현재 1만 명이 넘게 추천했다. 청원 한 달이 되는 27일까지 20만 명이 넘게 추천할 경우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게 된다.

재지정 평가는 상산고가 3월 22일까지 학교운영 성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4~5월 평가단이 서류 및 현장실사를 거치게 되는데 7월께 최종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도내에서는 상산고 1곳으로 2014년 3월1일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5년간의 학교운영 성과를 평가받는다.

정읍에서 태어난 박삼옥 교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박 교장은 서울대 명예교수와 가천대 석좌교수로 활동중이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고 서울대 최종의결기구인 평의원회 의장으로 있던 4년여 기간 서울대 법인화를 이끌었다. 그는 대한지리학회장과 세계지리학연합 경제공간위원회 의장을 지낸 경제지리학자다.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했다.

상산고 교장에는 2013년 여름 취임했다.

▲ 상산고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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