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서 군산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세계문학 속에서도 독특한 개성으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과 잠재성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큰 학술대회가 열린다.

군산시에서 주최하는 ‘군산야행2018’ 2차 야행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채만식 문학 연구 1세대부터 최근의 신진 연구자까지 국내의 거의 모든 채만식 연구자들이 모여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이라는 주제 하에 그간 채만식 연구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총 3부로 진행된다.

제1부 ‘채만식과 나’는 송하춘, 우한용, 이주형 등 채만식 문학 연구 1세대 학자들이 나와 채만식학회를 시작하는 감회, 연구자로서 채만식과 맺은 인연을 발표하고, 2016년 제13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 손홍규는 작가로서 느낀 채만식 문학의 감동을 전한다.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제 2부와 제 3부에서는 그야말로 채만식 문학이 한국문학사에 아로새긴 빛나는 성과 전체가 새로이 조망된다.

이미 채만식 문학에 잠복된 문제성을 예리하게 맥락화했거나 이제 막 채만식 문학의 또 다른 의미망을 캐내고 있는 최유찬, 이덕화, 김만수, 김태웅, 황태묵, 서희원, 오윤주 등의 중진과 신진 연구자들이 채만식의 「탁류」의 개작 과정 등 미시적인 문제에서부터 채만식 문학에 있어서의 ‘고향’의 의미와 미디어테크놀로지와의 관계성 등 거시적인 문제 모두를 망라해 분석하고 해석한다.

이는 채만식 문학 전반을 가로지르는 거의 모든 문제성을 재발견하고 다시 맥락화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채만식 문학 연구는 또 한 차례의 르네상스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을 확인하고 채만식 문학의 현대적 계승의 필요성과 필연성을 적극적으로 천명하는 이 학술대회가 그간의 채만식 문학 연구의 성과를 단순히 확인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채만식 학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문제성이 더해가는 채만식 문학이 정작 현재의 독자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상황이 채만식 문학 연구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문학 더 나아가 한국문화의 발전에 크나큰 손실이라는 공감대 속에 채만식 문학 연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일년 여전.

이들은 채만식 문학 연구가 다른 여타의 작가들처럼 조직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구돼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으고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을 적극적으로 계승할 방안을 모색해온 바 있다.

그 모색 끝에 채만식 학회를 만들기로 하고 채만식 학회를 중심으로 채만식 문학의 현재성을 재발견하는 한편 채만식 문학을 향후 한국문화의 이정표로 삼게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기적인 학술대회와 학술지 발간은 물론 채만식 어휘 사전 편찬 및 채만식 어휘 사전 재발간, 채만식 문학의 컨텐츠화 방안 등은 향후 채만식 학회가 채만식 문학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힘을 쏟기로 한 핵심 영역이며, 이번 채만식 학회 창립 학술대회는 그 첫 걸음에 해당한다.

여러 연구자들의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이 뚜렷한 채만식 문학이 채만식 학회를 통해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그 의미가 해명되면 그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크다.

한편, 채만식학회 창립 학술대회는 군산시, 군산대학교, 신아출판사에서 후원한다.

<채만식 학회 발기문>

바야흐로 좀 더 본격적으로 채만식 문학에 대해 말해야 할 때다.

작가 채만식은 누구보다도 자족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던 한국 사회가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편입해가는 과정, 그러니까 한국의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 예리하고 집요한 시선을 보낸 작가이다.

당대의 작가들 대부분이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보편적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문제, 예컨대 계급모순이나 문명화에 따른 불만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때, 채만식은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보편적 시스템과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토착적 시스템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발생하는 추락과 상승, 비극과 희극, 절망과 전망의 파노라마들에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가이다.

이런 특유의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채만식 문학은 ‘과도기의 특산물’, 그러니까 식민지 근대화의 풍경과 해방 후의 그 역설적인 상황들을 어떤 작가보다도, 심지어 어떤 역사서보다도 더 풍부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채만식은 이처럼 자신만의 진리를 고집했으며, 그렇기에 고독한 작가였다. 그는 살아 있는 내내 거대한 담론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다른 발성법을 고집한다.

시대를 풍미하던 거대한 문학적 이념과 집단들 사이에서 소수집단의 운명을 단호하게 견지해나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물론 주류 담론의 호명방식을 그대로 수용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문제틀이 이곳의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기묘한 변증법적 운동을 단순화시킨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는 싸늘하리만치 냉정하고 과감하게 그 문제틀을 버리고 단독정부를 꾸린다.

채만식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과도기」 󰡔인형의 집을 나와서󰡕, 󰡔탁류󰡕, 󰡔태평천하󰡕, 「민족의 죄인」 들은 이곳의 동시성과 비동시성을 민감하게 읽어낸 채만식 특유의 시대에의 동참의지와 처절한 고독의 산물들이다.

이렇게 현재적 의미로 충만한 채만식 문학이, 그러나 최근 들어 문학외적인 동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바깥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외로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이 너무 탁해서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는 이데올로기가 너무 매혹적으로 다가왔던 탓일까, 해간 채만식은 식민지 말기에 우리가 혐오해마지 않는 식민지 체제협력자의 길을 걷고만다.

하지만 이는 채만식 자신이 스스로 밝히고 반성한 부분이며, 그래서 채만식 문학의 평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는 바이다.

그런데 최근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사실이 새삼 문제가 돼 채만식 문학의 일부분이 아닌 채만식 문학 전체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채만식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가 무결점의 인간이어서가 아니다.

또 채만식의 문학 작품 모두가 위대해서도 아니다. 채만식은 누구보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작가이다. 그는 결코 작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판단 착오를 여러 차례 반복한 작가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만식 문학 전체가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폄훼돼서는 안된다.

채만식이 위대한 작가로 널리 인정받는 것은 그가 ‘무결점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시행착오를 항상 뼈저린 자기 반성을 통해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생애의 어느 한 순간 범했던 오판을 전면화해 채만식 문학의 전체를 의미없는 것으로 전락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대신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진리에 충실했던 그가 어떤 연유로 ‘친일’이라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 갔으며, 그리고 그 치명적인 행위를 어떻게 반성했으며, 동시에 그 참담한 경험을 어떤 경로를 통해 위대한 문학으로 승화시켰는가를 따져보는 일이다.

다시말해 채만식 문학의 빛과 어둠, 절정과 심연 모두를 총체적으로 다시 읽어보고 치밀하게 구성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좀 더 본격적으로 채만식 문학에 대해 말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가 현 시점에 채만식 학회를 출범시키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동시성에 주목하면서도 그가 살고 있던 곳의 비동시성을 간과하지 않은 작가 채만식의 업적과 그러나 어느 한 순간 비동시성에 대한 천착을 놓쳐 나락의 길로 빠져들었던 채만식의 어둠, 그리고 그러한 시행착오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며 일궈낸 해방 후 채만식만의 ‘반성의 승리’가 지니는 현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지닌 채만식 문학을 총체적으로 읽어내고 분석해 그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자는 것, 이것이 채만식 학회의 설립 목적임은 물론이다.

채만식 학회는 그간 잠시 주춤했던 채만식 문학의 잠재성을 발굴하는 일을 채만식이 진리의 길에 도달하기 위해 행했던 고투만큼 지속적이고 치열하게 해나갈 것이다.

채만식 문학의 잠재성을 다시 채굴하는 길에 부디 채만식 문학으로부터 문학의 갈 길을 시사받았던 많은 연구자들의 동참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채만식 학회 준비위원회 명단>

1) ‘채만식 학회’ 준비 위원회 공동 준비위원장 ; 송하춘(고려대 명예교수), 우한용(서울대 명예교수), 이주형(경북대 명예교수)

2) 부위원장 ; 이정숙(한성대), 최유찬(연세대), 이덕화(평택대), 송현호(아주대), 최병우(강릉원주대), 정호웅(홍익대), 공종구(군산대), 임명진(전북대), 한형구(서울시립대), 김용재(전주대), 송준호(우석대), 임명순(한국외대), 문영진(전북대), 김만수(인하대), 황국명(인제대), 김혜영(조선대), 김경수(서강대), 김재석(경북대), 방민호(서울대), 강헌국(고려대), 김종욱(서울대), 천정환(성균관대), 장현숙(가천대), 한만수(동국대)

3) 채만식 학회 설립 실무 추진 위원회 ; 류보선(군산대), 변화영(전북대), 신수정(명지대), 조현일(원광대), 연남경(이화여대), 정홍섭(아주대), 김근호(전남대), 최성윤(군산대), 서희원(동국대), 황태묵(전주대), 이재용(인하대), 이도연(한국체대), 주지영(군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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