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 30일부터 4월 20일까지 전주데미안갤러리서

 

전주 데미안갤러리는 이건효 초청 개인사진전을 30일부터 4월 2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은 '순수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를 주제로 사진을 통한 관조(觀照)의 산물들이다.

때로는 색을 걷어내고, 때로는 소리를 걷어내고, 침묵과 고요 속에서 마음의 눈을 열어 직관한 것들이다.

이 사진들 속의 주재(主材)는 실체(實體, substance)가 아니라 ‘空間 space’이다.

3차원 속의 비어 있음을 2차원 평면에 담아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이미 방법론적으로는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표현 과정에서는 우리의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체와 그렇지 못한 빈 공간 사이, 그 사이(間)를 포함해야 한다.

안개와 구름이 그러하고, 공기의 결이 만들어내는 농담(濃淡)이 그러하다.

공간은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떨리는 잎새와 꽃잎으로 바람을 느끼며, 덤불 숲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새들의 모습에서 이야기의 공간이 열린다.

바로 實과 虛, 그 사이(間)으로부터 시각적으로는 공간(visual space)을 느끼고, 이야기적 공간(narrative space)을 구성한다.

사진들의 일부는 특히 물의 반영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전시를 하며, 물의 반영을 많이 포함하는 이유는 첫째는 물이 있는 공간에서는 물그림자는 필연이다.

특히나 넓은 공간을 포함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둘째 이유는 영형상수(影形相隨), 즉 그림자(影) 있는 곳에 실체(形)는 반드시 따르는 법, 실상(實像, reality)과 허상(虛像, illusion)간의 변증(辨證, dialectics)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실상보다 더 현실 같은 허상, 허상보다 더 왜곡 되어진 실상...... 보이는 것이 모두 그것의 본질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세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 즉 이러한 실상과 허상 간의 변증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인간 역사 속의 어떠한 논리적 수사 보다도 가장 명확하고 분명한 논증은 동어반복(同語反覆, tautology)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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