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0개교 2,307명(2,376편) 접수
-전주서곡초등학교 6학년 김도연 학생의 「우울할 때 나타나는 치유사」 대상 수상

“그와 동시에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불 위에 풀썩 누웠다. 1분쯤 지났을까? 창가 쪽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치르륵, 치르륵’ 베짱이인지 여치인지 모를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갑자기 잔잔해졌다. 난 호기심에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타닥 탁’ 엄마 물 끓이는 소리, ‘위이이잉’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톡톡톡’ 화장실 물 떨어지는 소리. 가만히 주변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난 그 뒤로도 친구와 싸우거나 기분이 우울할 땐 풀벌레 소리를 기다렸다. 나에게 풀벌레 우는 소리는 최고의 치유사이다. 앞으로 길어질 나의 사춘기를 곤충 치유사들과 함께 잘 보낼 생각이다. 얘들아, 잘 부탁해!”(김도연 학생의 글에서)

‘2017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에서 김도연(전주서곡초 6학년) 학생이 쓴 '우울할 때 나타나는 치유사'가 대상(전라북도교육감상)을 받았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 전북일보사가 주최·주관하고 전라북도와 전라북도교육청이 후원한 이 공모전은 올해 전국 220개 학교에서 2,307명의 학생이 2,376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그 결과 김도연 학생이 대상을, 김예원(장산초 2년)·문지윤(전주교육대학 군산부설초 3년)·박지현(대구 강북초 4년) 학생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우수상 10명, 장려상 40명, 가작 100명 등 모두 154명의 학생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평소 동물을 의인화해서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도연 학생은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도 좋아지는 풀벌레 소리처럼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병을 낫게 하는 치유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응모된 작품은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진 경향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올해 장미대선을 겪으면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소감과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적은 글이 많았다.

아파트 경비원, 학교 급식 조리원 등 소외당하기 쉬운 우리 사회 구성원에 대한 감사를 적은 글도 눈에 띄었다.

심사는 장성수(전북대 교수), 문신(시인·문학평론가), 임미성(아동문학가·익산성당초 교감), 김보현(전북일보 기자), 안지현(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편집국장), 정혜인(교열전문가), 최기우(극작가) 등 10여 명의 문학인과 각계 전문가들이 이틀 동안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작품은 글의 구성과 문장력과 묘사력 등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다.”면서 “주전자 소리,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정갈한 글씨와 어우러져 글의 분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공모전이 한글과 손글씨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심사위원들도 감탄할 만한 글의 완성도도 갖춰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손글씨’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2007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이 공모전은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와 일기라는 일상적인 글쓰기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두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까지 11년 동안 4만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면서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글쓰기 공모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상한 모든 작품은 11월부터 손글씨블로그(http://www.blog.daum.net/2840570)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우수 작품들은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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