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전북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미력이지만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전 총장은 또 “보통교육 단계에서 기초학력을 튼튼하게 해줘야 고등교육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장 8년 임기를 마친 후 평교수로 돌아와 지난 8월 31일로 전북대를 명예퇴직 한 서 전 총장을 만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 본다.

 

◆지난 8월 31일 전북대를 명예퇴직하셨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전북대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지난 1973년 법학과 신입생으로 전북대의 문을 들어선 이후 이 교정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런 대학을 떠나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평교수로 시작해서 첫 직선제 총장을 연임했으니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을 누렸습니다. 전북대 구성원은 물론 전북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애정과 성원이 있었기에 무탈하게 명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총장 재임기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성과는 무엇입니까?

"제가 총장으로 취임했을 2006년 말 당시엔 전북대가 총체적인 위기였습니다.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 날마다 새로워지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사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변화와 개혁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각종 평가에서 국립대 1~2위, 나아가서 국내 종합대학 ‘10위권’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인구와 산업 등 각 지표면에서 전북보다 5~6배랄 수 있는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부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만들었던 점입니다. 이밖에, 익산대학을 통합하고, 로스쿨을 유치했던 일, 세계적인 각종 연구소를 유치했던 일, 교육부 평가에서 ‘잘 가르치는 대학’ 전국 1위를 차지했던 일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외에도 어떤 실적을 거두셨나요?

 

"교수 연구비의 국립대 최초 1천억원 시대에 진입한 것, 교수 1인당 연구비에서 수년간 국립대 1위를 차지한 일,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국립대 중 가장 많은 예산을 가져왔던 일,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재정 지원만 1조2천억원이나 받았던 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취임 당시 전국 40위권으로 추락했던 대학 위상이 국립대 1~2위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지요."

◆총장 재임시절 많은 성과를 거둔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가 총장 재임 시절에 중앙의 매스컴에서 ‘한국대학 개혁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재임 8년 동안 전국 대학 중 가장 획기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변화와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과 반발이 뒤따르게 됩니다. 전북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한 후 여론을 청취하고 공감대를 확산해 가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겸손하게 끊임없이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을 섬기고, 진중하게 경청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했습니다. 이것이 제 리더십의 요체라면 요체라 할 수 있을까요."

◆대학의 고등교육과 초.중등의 보통교육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확하게 잘 보셨습니다. 보통교육 단계에서 기초학력을 튼튼하게 해줘야 고등교육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실하면 내실 있는 고등교육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북대에서 학생을 교육하다 보니 전북대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내실 있는 교육을 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초중고 시절에 기초학력을 튼실하게 쌓아야 대학에 가서도 자신의 전공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저는 교육의 힘이야 말로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12번 변하게 만드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귀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학생들의 미래를 180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가난하고 지치고 소외받는 계층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교단에서 신바람 나게 가르치시고, 학부모님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전북의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고, 전북의 미래도 밝을 것입니다."

◆그동안 활동하시면서 유독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인구는 줄고, 산업기반은 취약하고, 마땅한 성장 동력이 없는 전북이 어디에서 미래를 찾아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인재양성만이 낙후의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지름길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전북의 버팀목이었던 인재양성의 분위기와 기반마저 최근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전북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이른바 교육입도(敎育立道)의 옛 명성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인재양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인재양성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북도민들이 자녀가 초중고생일 때만 보통교육에 관심을 갖다가 대학에 들어가면 완전히 무관심하게 됩니다. 모두 교육에 관심을 갖고, 인재양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합니다. 초중등 교육의 기초학력을 높이고, 우수 학생들은 더 큰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월성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신명나게 가르칠 수 있도록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엔 빈곤아동 지원 교육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 부회장과 전북후원회장을 맡아 지난 5월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북과 우리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꿈을 키워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맡게 되었지요.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는 도내 수급아동 3만여 명의 8%인 2천500여 명에게 학습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원했습니다. 사실, 저도 어린 시절에 어렵게 공부했거든요. 앞으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중학교 때 학교 매점에서 알바를 했다고 하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새벽 신문배달로 학비를 벌었고, 중학교 2학년 때는 학교 매점에서 하루 3시간 정도 아르바이를 해서 등록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학교 매점에서 선배였던 현재의 정세균 국회의장님이 함께 일하기도 했지요.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교육입니다. 빈곤 가정의 어린이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지자체, 교육당국이 힘써야 합니다."

◆전북교육을 위해 계속해서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요?

"전북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미력이지만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빈곤아동을 위한 봉사 활동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전북대와 같은 대학원을 나온 후 일본 주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82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한 이후 지금까지 “낙후 전북의 고립된 현실을 돌파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파해왔다.

인생의 좌우명은 겸손과 섬김, 경청과 소통의 4개 단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부터 8년 동안 전북대 총장을 연임하는 동안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대학 통합과 로스쿨 유치, 대학 경쟁력 강화 등 현안을 무난하게 풀어간 동력도 여기서 나왔다.

총장 임기를 마친 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복귀해 후학양성에 힘썼고, 지난 8월 31일 35년간의 교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5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후원회장을 맡아 그늘 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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