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11회째입니다. 10회 동안 내적으로 성장했다면, 올해는 전북 중심의 한국 서예를 세계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20년을 시작하고 계획하는 해입니다.”

1997년 서예비엔날레 시작 당시 공주사범대학 교수로 자문과 아이디어 제공 역할만 해 오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 감독을 맡고 있는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올해로 8년째 총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북경대학에서 7년동안 강의할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한데다 중국서예가들과 교류도 원활하고, 일본 서예도 구석구석 잘 알고 있어 최적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한.중.일 서예학술대회, 토론회 등에 초청돼 3개국 언어소통 대변자로도 통하는 등 대한민국 서예는 물론 세계 서예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총감독은 서예전북비엔날레 탄생부터 숨은 공로자다.

1997년 무주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준비 당시 전북을 내세울만한 행사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 서예전북비엔날레를 대표행사로 결정했다.

당시 공주대학교 교수이자 중국과 일본 서예에 능통한 김 총감독의 자문과 아이디어 등 도움으로 첫해부터 대박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비엔날레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오늘의 대규모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대상작 선정에서 낙관오류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사회 인식과 분위기에 맞춰 발빠르게 대상작을 취소했다.

대상작은 개인초대전의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대상 작가를 선정하는 것으로 5개의 출품작 중 낙관오류가 없는 작품으로 대치도 가능했다.

개인 초대전을 위해서는 작품이 해학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등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작가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심사를 신념으로 여기고 있는 김 총감독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전 심사위원과 논의 끝에 낙관오류를 인정했다.

 

김 총감독은 올해 10월 21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등에서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시회 슬로건으로 ‘순수와 응용’을 선택했다.  

순수서예는 서예란 무엇인가, 서예의 본질이나 품평, 작품 등 서론이론이 중심이다. 서예의 본질적인 이론을 탐색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반면, 응용은 놀라운 변화를 시도한다.

순수서예를 넘어 공연예술로 승화해 새롭게 개척해 나간다는 복안으로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도전이자 시험무대다. 

김 감독은 음악과 미술 등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이 있듯이, 서예도 응용 예술까지 접근치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서 생활을 반영하고 일반인과 어울리는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다.

김 총감독은 "각 방면에 생활과 접합된 서예 프로그램을 많이 실시해 대중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어려운 서예를 친절한 설명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총감독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미래를 위해 전시작품기증, 전용관 건립 추진, 서예진흥법 추진 등 굵직굵직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그는 세계서예비엔날레에 10회동안 세계각국 작가들이 전시한 작품들을 기증받는데 가장 큰 공로자다.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회째부터 능숙한 중국어와 일본어로 세계 최상급의 작가들을 설득하고 요청해 전시한 작품모두를 기부받았다.

그 결과 현재 1000여점이 도립미술관에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다. 가격으로 따져도 계산이 불가할 정도다. 

그래선지 김 감독은 서예 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세계최정상 작가들로부터 기부된 1000여점의 작품 전시만으로도 일본과 중국의 서예 관광객들을 전북으로 대거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용관 건립을 통해 잠자고 있는 비엔날레에서 수집된 작품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총감독은 1000점 이상의 작품들로 기획전을 하고, 서예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전주의 한옥마을과 연결시켜 전라북도의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제공을 한다면 전북의 관광 미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장기적으로 전용관이 건립되면 비엔날레가 절대 후퇴하지 않고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전라북도에서도 타당성에 관한 연구 조사를 하는 등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서예진흥법도 초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밤잠을 설쳐가며 진흥법을 만들고, 꼼꼼히 점검해 국회에 상정했지만 지난해 혼란한 정국탓에 무산됐다.

그가 서예진흥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서예가 엄청난 문화산업 보고이면서도, 단지 알지못한다는 이유로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예진흥기금을 통해 소중하고 귀중한 문화를 보존하고, 교육시켜 확산, 보급할 계획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는 사드문제로 중국 작가들의 초청장 응답이 20일 가량 늦어지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행사준비가 늦춰졌다. 

중국 초청작가들이 초일류급 인사들이다보니 중국내부 특성상 고민을 하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어려움도 있다.

700여점이 넘는 출품작 해설 등 꼼꼼히 점검하는 작업을 위해 많은 인력이 요구되지만  직원 2명에 아르바이트생 2명에 불과하다.

전서, 예서, 행서 등 다양한 작품을 읽는 것도 어렵지만 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해석 등 고비용의 전문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북도의 귀중한 예산을 알차게 운영하기 위해 어렵고 꼼꼼한 일들을 손수 도맡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공연 등을 통해 응용서예를 시도하고, 모자이크 전주상징물 만들기, 학술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특히 한중일 3개국 학술대회를 통해 중국의 서법, 한국의 서예, 일본의 서도라 불리는 동양서예를 통일시켜 서양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난상토론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총감독은 공주사범대학 교수, 한국서예학회 회장, 북경대학 서법연구소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서예협회 부회장,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 한국중국문화학회 회장,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예란 어떤 예술인가>, <아직도 '한글전용'을 고집해야 하는가?>,<사라진 비문을 찾아서-고구려 광개토대왕비의 진실>, <한문 속 지혜 찾기 시리즈 4권 등 19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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