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로 왔다가 여인으로 가는 변산반도 5월 신록

春변산 秋내장이라, 변산의 오월신록은 내장산의 가을단풍보다 아름답다.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등 현란한 봄꽃들이 지고 나면 봄산을 뒤덮는 것은 초록색 신록이다.


봄꽃이 다양한 색깔의 복합체라면, 봄산은 초록이라는 단일색의 다양한 변주다.

한 가지 색깔로 수백 가지의 스펙트럼을 발산하고 있는 봄산의 신록은, 특히나 내변산의 신록은 정녕, 꽃보다 아름답다.

부안지도를 쫙 펼쳐놓고, 부안땅 가운데 부분, 그 중에서도 한 가운데 쯤에 상서면 청림마을이 있다. 내변산의 중심인 청림마을 노적교 부근에서 길은 세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우슬재를 넘어 상서면과 하서면 경계를 지나 고인돌이 있는 구암사거리로 연결되고, 다른 하나는, 바디재를 넘어 굴바위, 선계폭포, 반계사당이 있는 보안면 우동리로 연결된다.

마지막 하나는, 사자동, 중계터널을 지나 변산면 소재지로 빠져나간다. 신록을 감상하기에 좋은 코스는, 상서면 구암사거리에서 우슬재를 넘어 청림마을을 지나면서부터다.

청림에서 중계를 지나 사자동에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내변산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4월이면 산벚꽃들이 뭉게뭉게 솜사탕처럼 피어올라 몽환적 풍경으로 아름다운 이 곳은, 4월말 아기신록이 새록새록 잎을 틔우면서 5월을 맞는다.

재잘재잘 소녀가 꿈을 꾸듯 수십 가지의 초록이 물들기 시작해 6월이면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완연한 녹색이 된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내변산의 5월은 소녀로 왔다가 여인으로 간다.

게으르거나 바쁜 여행객은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다. 단, 운전자는 운전을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풍경에 한 눈 팔기에 딱이다.

가능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중간중간 계곡에도 내려가고 시골의 정취를 느끼면서 산바람과 계곡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좋다.

더욱 좋은 것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직접 타 보는 것이다. 사자동이나 남여치에서 시작하는 내변산 트레킹은 봄나들이 신록산행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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