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해? 호박죽 봉사 1,000번!
-또 하나의 봉사 : 호스피스 이야기
-사랑의 수고는 죽는날까지...아직 쉴 틈 없어

19년간 변함없이 1,000번 호박죽 봉사를 하고 있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요즘에 어른이 없다고 한다. 지식 정보가 넘쳐흐르는 세상에 가슴 따뜻한 이야기, 진가의 사랑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큰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도 깊은 숲 속 넉넉한 품을 가진 아름드리나무와 같은, 맑고 깨끗한 아침 향기와 같은 부부다.

1997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에 예수병원에 와서 병실을 돌며 부부가 직접 쑨 따끈한 호박죽을 환자들에게 대접하고 있는 오진광 목사와 부인 이애순 여사가 바로 그 주인공.

지금까지 햇수로 19년째이며 봉사 횟수는 무려 1,000번에 달한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는 부부의 듬직한 큰 어른의 면모는 풍성한 추석 명절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모두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에 서 있는 환자를 소중하게 보살피며 아픔을 나누는 가장 숭고한 자원봉사인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함께 하고 있고 2016년에 2회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호박죽 이야기

-1000번의 호박죽 봉사
1997년 어느 날, 오진광 목사의 아내 이애순 여사는 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시작해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한 환자가 입맛이 떨어져 죽을 먹고 싶다고 하자 보호자가 편의점에서 캔에 든 죽을 사다 주는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이게 아닌데... 그 환자는 캔에 든 죽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애순 여사는 이 모습을 보고 ‘내 손으로 죽을 만들어 드려야지!’ 라고 결심을 했고 그 다음 주부터 부부는 호박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의 수고라고 하지만 노부부가 하기에는 너무나 고된 노동이다. 19년 동안 부득이한 몇 번을 제외하고 매주 계속했으니 1,000천 주에 가깝다.

1천번의 호박죽 봉사라니! 쉽게 짐작할 수 없다. 부부가 환자에게 건넨 호박죽은 20,000컵이 넘는다. 주위에서는 오진광 목사를 ‘호박죽 목사’라고 부른다.

-김이 모락모락, 미소가 절로
호박죽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오진광, 김애순 부부는 계절에 맞춰서 좋은 늙은 호박을 미리 사서 특별히 만든 전용 호박창고에 보관한다.

커다란 늙은 호박 껍질을 깍고, 적당한 크기로 썰고, 삶고, 방망이로 곱게 갈고, 쌀을 섞어 끓이고, 눌러 붙지 않게 주걱으로 쉬지 않고 젓고, 8개 죽통에 나누어 담고, 호박죽 전용 차에 싣고, 병원에 와서 병동 마다 돌면서 일일이 나누어 드린다.

부부에게는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힘이 부치고 위험하기까지 한 일들이다. 일일이 손이 가는 고된 노동이다.

게다가 한번도 쉬지 않고 매주 수요일, 19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이런 수고를 거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노란 호박죽을 환자들에게 직접 건네는 부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마다 19년
오진광 목사(73세, 마치교회)는 1997년부터 이애순(70세) 여사와 함께 19년간 전주 예수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부부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9년째 변함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손수 집에서 끓인 호박죽 7, 8통을 들고 예수병원을 찾는다.

오진광 목사 부부는 이 부부를 돕는 6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예수병원 입원 병동을 층층마다 돌면서 지난 1주일 동안 부부가 땀을 흘려 만든 고된 노동의 산물인 소중한 호박죽을 환자와 가족에게 권한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지 않은 세상, 부부는 오늘도 호박죽 맛보다 더 깊은 정성과 따스한 사랑으로 긴 세월을 하루같이 아픔과 슬픔 가운데 있는 이웃을 섬기며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죽는 날까지 계속할 겁니다!
한번은 언론사 기자가 취재하면서 질문을 했다. “언제까지 호박죽 봉사를 계속하실 건가요?” 오진광 목사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죽는 날까지 계속할 겁니다.” 옆에서 듣던 이애순 사모가 살짝 눈짓을 주며 답을 정정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오 목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사모님 옆에서 딴청을 부렸다.

오진광 목사 부부는 올해 6월까지 그동안 쉬지 않고 계속한 호박죽 봉사를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쉬고 있다. 무려 19년 만의 처음으로 갖는 휴식이다.

오진광 목사는 올해 73세, 목사의 정년은 70세이다.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교회에서도 은퇴를 하려고 한다. “다른 목사님들은 보통 정년 나이에 맞춰 은퇴를 합니다. 제가 욕심을 좀 부려 다른 목사님들 보다 3년 더 했습니다. 은퇴하면 우리 부부는 봉사 활동에 더 여유가 있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인들이 오 목사님의 은퇴를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

오진광 목사 부부는 2006년 12월에 호박죽 봉사와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으로 전주 전통문화센터의 ‘전북자원봉사자 대회’에서 이 대회 최고의 상인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또 하나의 봉사 : 호스피스 이야기

-그만큼 더 숭고하다.
예수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나그네와 고아를 긍휼히 여기고 사랑으로 돌본 예수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있다.

지극히 작은 자를 돌아보는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다른 봉사 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봉사이기에 그만큼 더 숭고하다. 이들은 말없는 사항의 수고는 오늘도 잔잔한 사랑의 마음을 우리들의 가슴 속에 심어준다.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 죽음
예수병원 호스피스는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8년에 활동을 시작해 1988년에 본격적인 호스피스위원회가 구성됐다.

의사, 간호사, 목사, 전도사, 사회복지사, 정신심리학자, 영양사, 약사가 있으며 비 전문팀에는 환자, 가족 및 자원봉사자가 있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53명으로 구성되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인 1조가 되어 봉사하고 있다.

2003년 호스피스 교육은 이론과 실습으로 나누어 실시한 후 14일 수료생들의 가족과 선배 및 직원들의 축하와 함께 26명이 수료를 마쳤다.

수료생들은 계속해서 말기암환자를 위해 봉사하겠다며 다짐했다.

2004년 설대위 명예원장님을 기념한 완화의학과 호스피스 심포지움을 통해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엄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수병원 호스피스 국제학술대회에 설대위(Dr. David J. Seel) 전 병원장의 작은 딸인 미국 상한갈대재단(BRF) 이사장 크리스틴 박사(Christine Seel Ritche, 알라바마의과대학 교수)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설대위 박사 부부는 예수병원을 있게 한 중요한 인물로 예수병원만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사신 분이다.

2007년 호스피스 교육은 간호부 간호과장의 호스피스의 역사와 개념, 전인의 개념과 생명윤리, 예수대 교수의 호스피스 대상자와의 의사소통, 예수병원 원목의 호스피스 대상자에 접근법등 이론과 실무 교육, 죽음준비 입관체험 등 16개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봉사자의 사례발표 등을 통해서 현장의 봉사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2016년 현재 예수병원 호스피스는 46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삶의 마무리를 충만하고 의미 있게
예수병원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에게 총체적 돌봄을 제공하여 예수 사랑을 실천한다는 미션을 기본정신으로 환자의 남은 생을 보다 평온하고 보람이 있게 정리하고 삶을 평안히 마감하도록 보살펴주며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고 사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준비되지 않은 임종 환우와 보호자들에게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완화를 도와주며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기관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 한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문제들을 상담하고 돌보아 줌으로써 남은 시간, 남은 삶을 어떻게 충만하고 의미가 있게 살도록 하느냐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말기 암환자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들의 통증 및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해주며 머리감기기, 침상목욕, 마사지 등 신체적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의 면담을 통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요구에 따라 간호를 제공하고 가족이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교육 및 상담을 하며 병상세례를 실시해 환자의 영적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또한, 퇴원 후 가정방문이나 전화 연락 등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며 적절한 간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임종 시에는 장례에 참여하여 유가족을 지지하며 사별가족과 관계를 계속 유지해 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지해주고 있다.

-들에 나가 쑥을 캐서
2003년에는 호스피스 기금마련을 위한 바자회가 열렸다.

계획한지 한 달 전부터 메뉴를 정해 팀별로 쑥떡과 절편을 만들기 위해 들판에 나가 쑥을 캐기도 하고 호박죽과 팥죽은 호박이 귀한 계절이여서 맛있고 좋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시골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봉사자 가족들이 함께 나와 음식을 나르는 등 감사함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이 바자회는 환자와 가족 및 가정방문을 통한 사별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의 행사로 시작됐다.

이날 호스피스 기금마련을 위한 바자회 수익금 100여 만 원은 환자와 가족 그리고 개인과 단체의 후원금으로 사용했다.

 

2008년에는 호스피스 환우돕기 나눔장터를 열었다. 예수병원 간호사를 비롯한 자원봉사 직원들과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즉석에서 부침개, 김밥, 떡볶이, 약밥, 순대, 어묵, 생과일주스 등의 음식을 만들어 신이 났고 직접 음식을 팔고 나누면서 나눔 장터의 흥을 돋우었다.

예수병원을 방문한 내원객, 입원환자, 보호자, 직원들이 나눔 장터에 적극 참여하는 큰 호응 속에 준비한 음식이 예정보다 일찍 동이 났다. 이날 호스피스 나눔 장터에서 얻은 200만원의 수익금은 예수병원에 입원한 어려운 호스피스 환우 돕기에 쓰였다.

-38년 동안 호스피스
2016년 5월 10일 예수병원에서 호스피스 38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있었다.

예수병원 호스피스 위원장인 정선범 목사의 사회를 개최된 예배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중창과 합창, 19년간 예수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부부가 활동 중인 오진광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오진광 목사는 “봉사는 헌신하는 각오와 함께 사랑의 수고를 쉬지 않는 변치 않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생이 마지막 순간에 서 있는 분들을 정성을 다해 소중하게 보살피며 함께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가장 숭고한 봉사”라고 강조했다.

▲사랑의 수고는 죽을때까지 쉴 틈 없어

-외국인 노동자 후원
오진광 부부가 활동하는 예수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회는 2005년에 예수병원에 입원 중인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를 방문해 후원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예수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회는 그 동안 바자회를 통해 모은 기금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수차례 후원했다.

-이애순 사모, 70세 생일기념 후원금 전달
오진광 목사는 2011년에 추수감사 헌금 100만원을 본인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예수병원 발전기금으로, 2013년에 맥추감사헌금 200만원을 예수병원 발전기금으로, 2016년 5월 10일에 이애순 사모는 자신의 70세 생일기념으로 100만원을 예수병원 발전기금으로 권창영 병원장에게 전달했다.

2016년 8월 17일에는 맥추감사헌금 100만원을 예수병원 발전기금으로 후원했다.

오진광 목사 부부는 “예수병원이 항상 지역민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수병원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며 “언제나 모자랄 것 같지만 항상 예수님께서 채워주시기 때문에 후원이 가능하다.”며 “오병이어의 기적을 믿으며 언제나 예수병원이 주님의 뜻에 쓰이기를 항상 기도한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와 함께 쓰는 118년의 역사
1898년 전라도 전주 땅은 동학혁명의 상흔에 신음하고 있었다. 전주 서문 밖에 미국 선교사가 처음 문을 연 예수병원은 우리나라 역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껴안았다.

그 시절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당했던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들의 아픔을 치유했다.

일제의 신사참배 거부로 인한 병원 폐쇄, 한국전쟁, 화재 등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민, 지역민과 함께 불굴의 신념으로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하며 암환자 등록 사업, 의사수련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사업, 지역사회 보건사업, 해외 의료선교사 파송, 국제의료협력단 국제NGO 등록 등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소중한 사업들이다.

 

예수병원 자원봉사자들은 호스피스봉사를 비롯해 이미용봉사, 음료봉사, 핑크레이디의 다양한 봉사, 작은음악회 봉사 등으로 직원들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며 예수병원 개원 118년의 아름다운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

예수병원은 사랑의 전통과 첨단 의술의 조화를 모토로 다양한 자원 봉사자들과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손길이 되어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수고를 오늘도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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